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부재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부재를 경험한 사람은 자신이 무(無)임을 자각한다. 임박한 죽음 앞에서 몸을 떠는 짐승의 막연한 자각이다.
《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1984BOOKS,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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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우리 엄마는 어떨까? 전에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살아가시겠지 생각했는데. 요즘은, 음, 생각보다 너무 힘들겠는데 싶어. 그래서 나는 건강하게 살아야 해.
맞아. 건강하게 살아야지. 그런데 있잖아. 나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러니까 차마 아이와 죽는다는 말을 붙여서 말할 수도 없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데, 여튼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소멸해 버리고 말 거야. 죽지는 않을 텐데, 살아갈 텐데. 아마도 소멸해 버릴 거야. 매일 바스라지고 내려앉아 버리는 거지. 그건 있잖아, 죽는 것과는 전혀 달라. 있지만 없달까. 살지만 살지 않는달까. 그렇게 될 것 같아. 그러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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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 엄마는 있잖아. 너의 부재 앞에서 무(無)가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