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으로 수영하지만, 진짜 내 민낯은 아무도 보지 못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by 영주






함께 수영하는 회원으로부터 접영 자세가 가볍고 예쁘다는 평을 들었다. 그것도 여러 번.

접영을 할 때는 모은 발을 두 번 차는데, 첫 발차기는 입수를 위해서고 다음 발차기는 출수(?)를 위해서 한다. 적당한 타이밍에 두 번째 발차기를 하면 뿅! 하고 물 밖으로 몸이 나와서 숨을 쉴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발차기를 힘 있게 하지 못해서 물 밖으로 나오는 게 어렵고, 그래서 물 밖으로 잘 안 나오(?)고, 의도치 않게 무호흡으로 몇 번을 간다. 그리고 이렇게 숨을 안 쉬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때, 겨우겨우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숨을 쉰다. 강사는 무호흡으로 가는 거리를 늘리라고 가르치는데 나는 엉겁결에, 어쩔 수 없이, 무호흡으로 잘 가는 회원이 되었다. 그래서 그나마 죽을 것 같지만 덜 힘들게(?) 가볍고 예뻐 보이는 자세를 취하고 있나 보다.

나의 자세가, 실은 기초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 위태하다는 것을, 출수를 위해 제대로 발차기를 하려면 불가능할 것 같은 안간힘을 더 써야 한다는 것을, 무엇보다 호흡을 제대로 하며 25m를 가는 것을 내가 얼마나 바라는지를, 아는 것은 나뿐이다. 겉으로 보이는 나와 보이지 않는 나의 실상은 너무나 다르고, 물속에서 죽을 둥 살 둥 허우적대는 나만 그 사실을 안다. 민낯으로 수영하지만, 진짜 내 민낯은 아무도 보지 못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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