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해야겠어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by 영주






베란다 구석에 놓인 세탁기. 둥그런 입구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캄캄한 세상. 빨랫감을 하나씩 던지듯 넣었다. 자주 입던 옷소매 끝에 보풀이 달렸다. 뜯어내지 못한 이야기들. 몸을 둘러싸는 옷은 껍질 같아서 벗겨내면 이내 허물어진다. 중심의 마음이 빠져나가면 내려앉는 것들. 마음을 보지 못한 우리는, 기껏 옷 같은 것들로 우리를 보호했다. 우리를 우리라며 오해하며 부르며. 빨랫감을 아무렇게나 쌓아 두었다. 흘린 것이 무엇이었더라. 눅눅하게 구겨지는 마음은 묵묵부답이다. 얼룩처럼 묻은 당신을 지우는 일. 우리가 믿었던 것은 우연이었는데 마른 옷처럼 보드라웠다. 착각처럼 곧 젖어 질겨지겠지만. 시작 버튼을 누르면 짧고 경쾌한 음악이 울린다. 조종弔鐘 같다. 하얗게 부푸는 거품 속으로 사라지는 우리를 기리는.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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