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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영 Nov 29. 2023

조카에게

"여기"로 오고 있는 중인

네가 태어날 세상은 지금 많이 어지럽단다.


그래도 나는 네가 이 세상을 한 주먹에 다 거머쥐었으면. 


네가 십 대가 되었을 때쯤엔 한국이 더 강성해져서 영어도 몰라도 되고, 중국어,  제2, 3 외국어라고, 잘 생긴 남학생 쳐다보랴 내 모습 한번 더 거울 비춰보랴, 저번 학기 보다 성적 떨어졌네 으악, 걱정 많은 십 대 머릿속에 스트레스를 불어넣는 외국어 배우기 안 해도 한국어로 이 세상 모든 이와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긴 생머리에 외까풀 눈이던 쌍꺼풀 눈이던 동양의 미가 있는 네 눈이 이 세상의 미의 기준이 되고, 너의 눈길 한 번에 이 세상 모든 인종의 남자의 마음을 녹였으면. 네 차근차근한 말은 마음을 녹이고. 네 손길은 삶이 깃든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늘어지게 기지개 켜며 봄맞이하게 했으면. (빙하는 녹이지 말고.)


차갑고, 굳어 딱딱한 이 세상에 네가 태어나는구나, 아니 태어날까 봐. 큰 희망이 필요하네.


서서히 크고 있는 네 생명이 불씨처럼 내 마음을 녹여, 나는 네가 꼭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기대가 커지네. 


아빠, 네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는 그야말로 IDGAF (I don't give a fuck), 이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건 관심 없이 살고 있는데. 팔레스타인에 아이들이 편히 곤히 자는 모양으로 악 소리도 못하고 숨이 끊어진 모습에 눈물은 나지만은 한편으로는 내가 뭘 어쩌리 마음을 스윽 닫는데. 


네가 태어날지 모르니까. 나도 모르게 저 지구 편 건너 폭력이 멈추어야 하겠는데 생각이 강해지네. 어린아이들이 아프면 안 되지, 다치면 안 되지. 태어나는 순간, 뿅, 한 순간에 네가 장성한 어른이 되면 좋으련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열심히 일은 하고 있는데 내 무능함으로 이 갈등들이 어떻게 해결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 소식을 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몰라 알릴 길이 없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우산이 되어서 바늘비가 되어 쏟아지는 그 무엇들을 온몸으로 최대한 막아보는 수 밖에는 없겠는데.


생명의 숙명이니까. 설령 실패하더라도 원망은 네가 힘들지 않을 만큼만 했으면. 나이 드는 게 세월 흐르는 것처럼 쉽지 않다는 걸 좀 일찍 알게 되면 좋을 텐데. 아무도 예외일 수 없어서. 너도 그 고통을 겪겠지만, 고모가 옆에서 맥주든 주스든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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