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007 시리즈를 내리 섭렵했다.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으로. 현대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스파이 캐릭터라는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 아니, '본드, 제임스 본드'
대학병원 한방약제과에서 한약을 조제하면서 과연 제임스 본드에게 어떤 한약을 권하면 그의 스파이 작전을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우주여행은 기본이요 각종 테러를 막기도 하고 카지노 로열에서 상대의 플러핑을 잡아내야 하며, (미녀의 본드걸 유혹도 해야 하지), 5성급 호텔이 아니면 잠을 청하지 않는, 기깔나는 턱시도를 입고 거대한 범죄조직으로부터 인류를 구해야 하는 바쁜 그를 위해.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카리스마. 냉혹함 이면에 찐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상남자. 불의를 향한 망설임 없는 격추와 쉼 없이 뛰고 있는 007 일곱 개의 심장. 그 탄탄한 근육 섬유에 베인 열기가태양인임을 짐작케 한다.
김진돈 저자의 [한약차 110% 활용법]에 따르면 '동무 이제마' (태양인 이제마로 더 유명한)가 분류한 사상체질학은 밖을 살펴 내부를 안다는 내경 영추 편을 기반으로 오장육부의 상태와 더불어 성격적 심리성향까지 아울러 사람의 네 가지 유형의 체질을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으로 설명한다.
이제마의 저서 [동의수세보원]에서 체질은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부터 분류하게 되는데, 첫 번째로 체형과 용모를 기준으로 한다.
그중 태양인 체질은 머리가 큰 편으로 얼굴은 둥글면서 이마가 넓으면서 눈은 광채를 띠며, 근육은 상대적으로 적고 광대뼈가 발달해 있다. 가슴 윗부분이 강조되며 허리는 빈약하여 오래 서거나 걷는데 무리가 있다.
두 번째 체질분류의 기준으로는 심리적 성향을 두고 보는데, 체질의학에서는 각 체질마다 체형의 특징이 존재하고 그러한 체형의 특성이 심신에 영향을 주어 병증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한다.
태양인은 이러한 심성적 체질 관점에서 진취적인 기상을 바탕으로 사교적인 적극성으로 누구와도 잘 사귐이 있고(제임스 본드와 수많은 본드걸이 떠오른다)영웅심이 강하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크게 분노를 일으킨다. 아울러 후퇴할 줄 모르는 저돌성으로 인해 행동이 거침이 없고 독선적인 면모가 강하다.(제임스 본드의 폭풍 직진으로 폭파된 기물과 건물이 도대체 몇 개인지, 심지어 직위해제를 밥먹듯이 당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제임스 본드를 태양인의 표본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싱크로율이 100% 에 가깝지 않은가?
마지막 분류기준은 병증으로 체질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살펴보면 태양인 제임스 본드의 숨겨진 병환을 엿볼 수 있는데, 태양인은 하초에 기능을 중심으로 소변이 빈도와 양이 적절히 많으면 건강한 상태이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소변불리가 발생한다. (편집되었을 영화의 시간 속제임스 본드의 화장실 횟수를 체크해 보자!) 또한 위가 약하여 명치 아래 통증을 동반한 반위증이 나타날 수 있고, 다리가 쉽게 풀리며 말하기 싫어하는 해역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제임스 본드의 시그니처 대사 "보드카 마티니는 젓지 않고 흔들어서" +이에 더해 007 카지노 로열에서는 포커를 치던 도중 웨이터에게 고든스 진 3+ 보드카 1+키나 릴레 1/2에 얇게 썬 레몬 껍질을 주문한다. 제임스 본드를 닮아 방자하고 독특한 이 조합의 마티니는 그가 진심을 느낀 첫사랑이자 잊을 수 없는 배신자 베스퍼 린드에게 이 독배를 헌정하며 '베스퍼 마티니'라고도 불린다. 영화에서도 이 조합을 본 플레이어들이 포커를 멈추고 너도나도 같은 레시피로 마티니를 주문하는 장면이 꽤나 뇌리에 남는다.
그러나 나는 고지식한 한약사로서 태양인 본드에게 음주보다 007 다니엘크레이그 시리즈의 빌런 스펙터를 처단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돕고자 한약차 한 잔을 건네고 싶은데 바로, '가시오가피 차'이다.
태양인의 경우 체질상 상당한 약재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거의 유일하게 태양인의 체질적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약재가 가시오가피이다.
상초의 기운이 강한 태양인의 경우 폐의 기가 상승해 있는데 성미가 맵고 쓴 가시오가피의 간의 기를 돌려주는 역할을 하여 하체에 약한 혈을 보충하고 근맥과 뼈를 강화한다. 한의약에서는 불로장수의 약재로 알려진 가시오가피 뿌리줄기를 건조하여 9~15g 물로 달여 차로 낸다.
영국 국방정보국 출신의 해군 정보장교이자 MI6에 소속된 기밀 첩보요원인 007 제임스 본드의 코드명 007 은 요원 분류번호로써 00으로 시작하는 요원은 기밀 임무 수행 중에 살인이 일어나더라도 법적 책임을 면책하는 일명 살인면허를 받는다는 영화적 세계관 안에 있다. (실제로도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사 스파이 요원이 있었다는 설도 있다)
다니엘크레이그 버전의 007에서는 앞선 숀 코너리, 로저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세대의 제임스 본드와는 달리 007 요원의 인간적인 면모가 섬세하게 묘사되는 특점이 있는데 무적의 태양인이 상대빌런에게 추격당하며 피를 흘리고 직접 자가치료 하는 장면이나 동료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이라던지, 일회성으로 소모되던 본드걸의 역할이 진지한 연인이자 본드의 삶에 처참한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씬,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가 임무를 수행하며 저지르는 살인에 대한 소고를 드러내는 미장센이 그러하다.
007 스펙터 시리즈에서는 MI6 동료인 머니페니로부터 뜻하지 않은 총상을 입고 신체적 능력이 상당히 저하되고 믿었던 연인의 배신으로 정신적 피폐함 마저 겹친 본드가 00 요원으로 적합한지 테스트를 받는 스토리가 묘사된다. 이와 더불어 영국 내 냉전시대 이후 살인면허를 허용하는 MI6의 제도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면서 00 요원의 존폐가 불투명해지는데, 신체적 자격도 넘지 못하게 되며 퇴물이 된 007에게 새로 취임한 영국 국방정보 책임자는 더 이상의 살인면허와 00 요원은 필요가 없음을 단호히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도덕성의 잣대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드론과 각종 레이더 전자 AI 장비로 적을 추격하고 격추시킬 수 있음을 언급하는데 이에 대해 제임스 본드는 한마디를 한다.
007의 살인면허는 살인을 허락하는 면허가 아니라, 현장에서 저 사람에게 총의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를 결정하는 인간의 망설임과 끝내 살인하지 않을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면허라고.
영화 속 이 부분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007 시리즈를 단순히 스릴러 스파이 액션게임처럼 보던 시각에서 패러독스를 느꼈기 때문이다. 살인면허가 사실, 살인하지 않을 면허라는 본드의 외침이 놀라웠다.
AI와 챗GPT의 발전 속에서 적을 퇴격 하는 전술을 과학기술적으로 사용하는 시대적 흐름이 마땅한 것 같은 현실 속에서 본드는 다년간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수많은 죽음과 지키지 못한 죽음을 경험한 인간만이 빌런이라도 상대를 살인하지 않고도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을.
해당 시리즈에서 본드는 결국 007 신분으로 범죄조직 스펙터의 수장 빌런 블로펠트를 결정적인 순간에 독대하지만 끝내는 결코 살인하지 않음으로써 본인의 존재가치를 지킨다.
약국과 대학병원 약제과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복약지도를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경우가 일반의약품을 포함하여 특히 건강기능식품과 한약 등을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을 복용하고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식약처 기관, 약국과 약제과에서 근무하며 약은 점점 더 늘여가는 것보다 건강을 회복하며 점차 줄여가는 것이 투약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가르침을 배웠다. (물론 급성치료가 필요한 경우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기간 동안 전문의약품을 잘 투약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약사의 면허 역시 00 면허처럼 의약품을 투약하기 위한 면허이면서 동시에 의약품을 오용 및 남용하지 않도록 투약하지 않기 위한 면허이기도 하다.
'약식동원'이라는 말이 있다. 藥 약 食 식 同 동 源 원 =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뜻으로 약도 먹는 것도 그 근원은 하나라는 의미를 지닌다. 한약재의 경우도 차로 우려내면 한약으로 달이는 의약품과 다르게 식품류로 분류되는데 태양인 제임스 본드씨에게 비밀 첩보 임무의 오메가 시간을 잠시 멈추고 편하게 가시오가피 차 한 모금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