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리도 사랑하고 싶은가
‘국화 옆에서菊花─_ 서정주’ 1947년〈경향신문〉에 발표된 4연 13행의 자유시로 서정주의 대표작이다. 단 한 송이의 국화가 피어나기까지 1연의 소쩍새, 2연의 천둥, 4연의 무서리로 맺어진 계절 속 자연의 깊은 인연과 기다림을 불교의 인연설을 기반으로 통찰하고 있다.
매梅, 죽竹, 난蘭과 더불어 ‘사군자四君子’중 하나인 국화菊花는 열을 내리고 간장을 편안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김하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국화꽃향기’. 남자주인공 인하는 5월의 어느 날 등굣길 지하철 안에서 은은하고도 담백한 국화꽃 향기를 가진 희재를 만난다. 그렇게 시작된 국화꽃 향기를 품은 사랑은 영원을 새긴다.
지난 1989년부터 이어져온 부산 전통찻집 ‘차밭골’. '차밭골'은 부산대학교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일본식 라멘집 '우마이도'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추억은 사랑을 닮아 그날의 깊은 차의 향은 기억 속 오감을 깨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연인이 맞게 되는 변화는 꼭 마음의 배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된 사랑의 가장 강렬한 패러독스는 ‘관성’. 사랑을 품은 그 시절 순수의 향기는 이별의 기억을 마비시키고 또다시 사랑의 자리로 돌아가게 했다.
매일 밤 "아, 다시 사랑하고 싶다 ”고.
장예모 감독 2006년 작품 중국영화 ‘황후花’. 찬란한 달빛을 등지고 국화로 수놓은 황금 갑옷을 입은 십만의 병사들이 황제를 향해 칼을 겨눈다.
춘화처리春化處理. 국화는 늦은 가을에 오는 추위와 서리를 온몸으로 맞아야 비로소 깊은 향을 품은 꽃을 피워낸다.
만약 지금 사랑이 남긴 상처에 베이고 있다면 우린 지금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거라고.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_ 서정주’. 1948년 선문사에서 발간된 서정주의 제2시집 <귀촉도歸蜀途>에 수록된 시이다. 축제蜀帝, 두우杜宇가 죽어 그 혼이 화하여 ‘귀촉도’가 되었다는 전설을 소재로 하여 죽은 임을 그리워하는 비통함을 표상하고 있다. <귀촉도>는 한국적인 한의 미학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