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지순례 "지저스 트레일"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에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시자 소문이 온 시리아에 퍼졌고, 갈릴래아, 데카폴리스, 예루살렘, 유다 그리고 요르단 건너편에서 온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르기 시작했다.
- 마태오 4장 23-25절 -
한국에서 순례길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일 것입니다. 사도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었고, 지금은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걷는 순례길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본 따 만든 제주 올레길이 한국에서 매우 유명해졌죠.
혹시 지저스 트레일은 아시나요? 다른 순례길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예수님이 나자렛 회당에서 공생활을 선포하시고 3년 동안 제자들과 함께 가르침을 전파하러 여러 군데를 다닙니다. 지저스 트레일은 예수님의 발자취를 함께 뒤따라 걷는 길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자란 나자렛에서 가르침의 중심지였던 갈릴래아의 가파르나움까지 약 65Km의 도보순례입니다. 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번 성지순례에서 5일 동안 이 도보순례길을 걸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패키지와 달리 천천히 함께 걸을 수 있어 더 뜻깊었습니다. 정말 예수님의 뒤를 쫓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스라엘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 4-5일 정도면 다 걸을 수 있고, 크게 힘든 구간이 없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을 함께 읽으며 걸으면 성지순례의 의미를 잘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지저스 트레일은 이스라엘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유대인 마오즈 이논(Maoz Inon)과 미국인 도보여행 전문가 다비드 랜디스 (David Landis)에 의하여 2007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디테일한 코스 표시와 정비작업은 2009년부터 이루어졌습니다.
지저스 트레일은 흰색+오렌지색+흰색의 3줄의 띠 모양으로 돌 위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른 코스와 중첩이 될 경우는 색깔을 달리하거나 동그란 오렌지색 표시를 추가 표시하였습니다. 중간중간 돌이 아니라 나무나 기둥에도 표시되어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정확한 루트 소개와 숙박 및 중요 관광 포인트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단체 투어도 진행 중이니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길 찾기가 좀 어려워 혼자 순례는 비추천드립니다. 혹은 지도와 구글맵을 꼭 지참해서 떠나세요. )
공식 홈페이지 Jesus Trail
가나로 가는 길
순례 3일째, 우리는 세포리스에서 카나로 순례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카나는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신 곳으로 유명한 곳이죠. 순례 3일 차에는 카나까지 간 후 점심 먹고 라비 키부츠 근처까지 길을 걸었습니다. 숙소도 나자렛에서 갈릴래아 호숫가에 위치한 키부츠 호텔로 옮겼죠. (정말 좋은 숙소였습니다.)
카나로 가는 길은 평화로운 숲길이 었습니다. 큰 경사가 없어서 편하게 산책하듯이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침이라 공기도 상쾌했고, 걸음도 가벼웠습니다. 다른 분들도 저마다 짝을 지어 수다를 떨면서 걸어갔습니다.
길이 웬만하면 한 길이라서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돌에 표시를 꼼꼼하게 해 놓아 찾기 편했습니다. 다만, 종종 공사를 하거나 다른 이유로 표시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서 주의하세요. 제가 간 16년에 많은 곳들이 공사를 하고 있어서 길이 바뀌거나 표시가 사라지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은근히 괜찮게 나온 제 뒷모습입니다. 감사하게도 이쁘게 찍어주셨습니다.
저 멀리 카나가 보이네요.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도시가 참으로 예쁩니다.
언덕을 지나면서 우리처럼 순례를 하는 동유럽 사람을 만났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여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200명이나 가는 한국 순례단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순례에 많은 은총을 받으라고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가족들이 걷고 있었는데 참 보기 좋았습니다.
카나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환영 팻말이 있네요.
웰컴 투 카나. 지저스 트레일이라 크게 써놓았습니다.
지저스 트레일을 기획한 단체에서 트레일 정비 및 청소도 봉사활동으로 하고 있다고 하네요.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하니 개인적으로 오시는 분들은 이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카나까지 무사히 도착한 순례단을 맞이하는 황창연 신부님.
한 명 한 명 하이파이브를 하고 계십니다. 저도 수줍게 하이파이브~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모두 무사히 카나에 도착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카나를 구경하기 전에 먼저 밥부터 먹으러 갔습니다.
열심히 걷고 나니 배가 고프더라고요.
날씨도 따뜻하고, 화창해서 정말 걷기 좋았습니다. 숲길과 도시길의 절묘한 조화가 이루어져서 카나까지 길은 더없이 최고의 트레킹 코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