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 타브가, 오병이어 기념 성당
오천 명을 먹이시다
사도들이 돌아와 자기들이 한 일을 예수님께 보고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을 따로 데리고 벳사이다라는 고을로 물러가셨다. 그러나 군중은 그것을 알고 예수님을 따라왔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맞이하시어,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해 주시고 필요한 이들에게는 병을 고쳐 주셨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열두 제자가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마을이나 촌락으로 가서 잠자리와 음식을 구하게 하십시오. 우리가 있는 이곳은 황량한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시니, 제자들은 "저희가 가서 이 모든 백성을 위하여 양식을 사 오지 않는 한, 저희에게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사실 장정만도 오천 명가량이나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대충 쉰 명씩 떼를 지어 자리를 잡게 하여라." 제자들이 그렇게 하여 모두 자리를 잡았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
- 루카, 9장 10-17절 -
오병이어 기념 성당
순례단은 아르벨 산을 지나 타브가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타브가는 7개의 우물이 모여서 갈릴리 호수로 흘러간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5개의 우물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 곳은 성서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인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기념하는 곳입니다. 정말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한 곳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1930년대 초 독일 고고학자들이 폐허가 되어 있는 이 곳을 발견하였습니다. 무려 13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리고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가 그려진 비잔틴 시대 모자이크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곳이 오병이어 기적을 기념하는 옛 성당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그 후로 기념성당이 다시 지어졌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가보시면 옛 성당의 흔적들도 함께 만나실 수 있습니다.
성당 제단 앞에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물고기와 빵의 모자이크가 남아 있습니다. 제단 아래에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오천명을 먹이시기 전에 물고기와 빵을 축성하실 때 사용한 바위라고 합니다. 성당은 굉장히 소박하게 지어져 있었습니다. 성당 옆 쪽으로는 비잔틴 시대에 지어졌던 옛 성당의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보존을 위해 막아놓기 했지만 구경할 수 있습니다.
기적 뒤에 숨겨진 예수님의 뜻
예수님은 수천 명의 군중들을 몰고 다니실 정도로 영향력이 강력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저 멀리서 오기도 하고 예수님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죠. 어느덧 사람들은 오천 명을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날이 저물어도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사실 제자들과 예수님만 먹어도 넉넉한 양은 아닙니다. 그런데 오천 명을 어떻게 먹여야 한단 말인가. 아마 제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밥도 안 먹은 군중들 앞에서 자기들만 밥을 먹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이 것 마저 나누어 먹자고 하십니다. 오천명은커녕 오십 명에게도 부족한 양을 말입니다. 제자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이시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오천명이 먹고도 열두 광주리나 남았습니다.
저는 이 기적의 이면에 예수님의 뜻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저 배고픈 이들을 위해서 오천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을 기적을 통해 만드셨을까요? 그저 자신을 따라와 준 군중들이 측은해서 그랬을까요? 저의 생각은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이 기적은 믿음 다음으로 예수님께서 강조하는 가르침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나눔"입니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입니다. 이 말을 다르게 본다면 기브가 없다면 테이크도 없다는 말입니다. 다시 돌아가 오천명을 먹이시는 그때로 돌아가 봅시다.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오천명의 군중들 중에 아무도 먹을 것을 가져온 사람들이 없었을까요? 아마 자기가 먹을 정도 혹은 약간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들고 온 자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내놓지 않았죠. 왜? 기브가 없으면 테이크도 없으니까요. 나 혼자 먹기도 빠듯한데 말이죠.
지금 현재는 다를까요? 우리는 사람들 대할 때 무언가를 줄 때 항상 계산을 합니다. 이 것을 주었을 때 내가 받는 이득은 무엇인가? 하나를 주었을 때 나는 둘을 받을 수 있는가? 줄 때 이미 받기를 원합니다. 손해 보는 장사를 그 누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죠.
그때 예수님은 자신의 것 모두를 나눕니다. 무엇을 바라거나 자신이 두배로 받길 원하고 하지 않습니다. 기적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나눌 수 있는 것. 상대방을 계산적으로 대하지 않는 것. 진심을 다해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은 단순히 배불리 먹이는 기적이 아닙니다. 바로 나눔의 기적입니다.
오늘 우리는 자신의 것을 내어 놓지 않으면서 남의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대가를 바라고 상대방을 도와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