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연 신부님과 함께한 이스라엘 성지순례 - 베드로 수위권 성당
그들이 아침을 먹은 다음에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가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 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요한복음 21장 10절.
사도 베드로를 아시나요? 아마 예수님의 제자 중에 가장 유명한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첫 제자 부름 때 호수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따랐던 인물입니다. 타브가에서 오병이어 기념성당을 들린 뒤 근처의 베드로 수위권 성당을 방문하였습니다.
이 곳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 내 어린양들을 돌보라"라고 수위권을 주셨던 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당입니다. 다른 곳들과 다르게 호수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서 마치 별장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너무 예뻤던 성당이라 그런지 다른 성당과 다르게 파괴되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았습니다. 물론 13세기에 파괴당했지만 다른 성당들은 그 보다 훨씬 전에 이미 파괴당했었습니다. 지금의 성당은 1933년에 다시 지어지고 1982년에 증축된 성당입니다.
이 곳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세 번째로 부활하신 모습을 드러내신 곳입니다. 원래는 채석장이었는데 이 곳이 성지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성당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교황님의 방문을 기념하는 곳에서 이 곳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교회 앞에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안수하는 장면을 그린 동상이 있습니다.
멀리 호수가 보이는 게 동상이랑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멘사 크리스티, 주님의 식탁이라는 뜻입니다. 제대 앞에 있는 이 바위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다는 곳입니다.
베드로야,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유독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다른 제자들과 다르게 수위권도 주시면서 앞으로 어린양들을 돌보게 하십니다. 하지만 베드로라는 인물은 그렇게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아닙니다. 틈만 나면 두려워하고 의심하고 무서워합니다. 믿음이 약해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아도 해내지 못하며,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세 번이나 예수님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너무나 나약한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분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다시 부활하시어 베드로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세 번이나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어보십니다. 그리고 교회의 전권은 베드로에게 맡기십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의아하기도 합니다. 두려워하고 나약한 사도의 모습과 예수님마저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 제자에게 교회의 모든 권한을 맡기고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운 다는 사실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요?
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어린양을 맡겼을 까요?
저는 예수님의 그간의 행적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예수님의 뜻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예수님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저는 조금 그분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항상 높은 위치 혹은 멋지고 잘난 사람들 옆에 있지 않으셨습니다. 항상 가장 낮고, 가장 못나고, 가장 나약한 사람들 옆에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그 나약하고 가련한 사람들의 대표였던 것입니다. 이 전까지 예수님의 가르침 핵심은 믿음과 사랑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가르침의 근본적인 출발은 여기서부터였습니다. " 가장 낮은 곳에서 하느님께 영광 " 예수님은 항상 낮은 곳에 있지만 가장 높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이지도 않을까요? 네 이웃을 사랑하라. 항상 행복하여라. 반대편 뺨도 내어주어라. 등 예수님의 가르침과 비유는 모두 낮은 사람들을 향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 보시기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지만, 가장 나약한 사람에서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수님 부활 이후 가장 열정적으로 선교활동을 펼치고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사랑이 가득한 사도의 모습이 됩니다.
수위권 성당을 다녀오면서, 나보다 약하거나 못 사는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거나 나를 우월하게 여긴 나 자신을 반성해보았습니다. 나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상대방을 까내린 적도 있었죠. 오늘 하루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베드로를 만났을 때 부끄러움이 들었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