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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Jun 04. 2019

베트남에 삽니다만, 바퀴벌레는 싫습니다.

끔찍한 바퀴벌레에 대해 

나는 바퀴벌레를 싫어한다. 

싫어함을 넘어 혐오한다. 그 딱딱하고 미끌거리는 등껍질과 징그러운 발까지.. 이 글을 쓰면서 반강제적으로 상상이 되니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바퀴벌레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베트남에 살고 있다.


(바퀴벌레 싫어하는 분들이거나 밥먹고 있는 도중에 이글을 본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 주시길.. )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출근 하기 위해 한창 준비중이었는데 문 앞에 떡하니 커다란 바퀴벌레가 있는게 아닌가! 마치 장판파의 장비처럼 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듯 했다. 신발 바로 옆에 있었기에 신발도 못 신고 문을 열려면 필연적으로 바퀴벌레와 충돌을 해야했기에 나는 조용히 물러나길 바랬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출근 차량이 오기 불과 3분전 (아니 이미 왔을 수도 있다.) 5분 이상 지체되면 막내였던 내가 상사들을 기다리게 만드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그렇게 멀찍이 노려만 보다가 다행히 바퀴벌레는 사수하던 문을 포기하고 움직였다. 나로써는 다행이 아닐 수 없었지만 더욱 끔찍했던 것은 신발장 사이로 몸을 숨겨버렸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었고 바퀴벌레 근처도 못가던 나였기에 일단 바퀴벌레를 집에 두고 서둘러 몸이라도 빠져나왔다. 그 날 하루종일 집을 돌아다닐 것 같던 바퀴벌레 때문에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았었다. 


그렇다. 나는 바퀴벌레 근처도 못 간다. 

몇몇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남자애가 바퀴벌레 무서워하면 되나?" 

"베트남에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다. 


베트남 식당이나 길거리에서도 바퀴벌레는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고급식당이 아니라 로컬 식당일 수록 그 확률은 올라간다. 그러니 밤에 길바닥을 보고 걷지 마시길..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지도... 후에여행때도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나섰을 때도 로드킬 당한 많은 바퀴벌레들을 목격하니 길을 걷는것도 조심스러워졌다. 이것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이 오토바이 타고 가는 것일까..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고급 아파트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바퀴벌레가 거의 나오지 않는 유일한 안식처였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2년 가까이 생활 했음에도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바퀴벌레이다. 한국을 갈 때마다 이 바퀴벌레에게서 해방된 기분이 들어 너무 좋다. 


참고로 비오는 우기때 바퀴벌레를 조심하도록 하자. 집에 바퀴벌레가 없다고 해도 집안으로 기어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비오는 우기때 바퀴벌레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자. 이 끔찍한 생명 외에도 도마뱀, 개미, 쥐 등등이 출연할 수 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바퀴벌레는 못참겠다.


오늘도 집에 가면 모기약과 함께 바퀴벌레 약도 수시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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