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전거 일주에서 알게 된 배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자전거와 큰 인연은 없다. 자전거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자전거 타는 것보다는 걷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자전거 전국일주를 결심했었다.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었는데, 내 부랄친구 A가 자전거로 전국일주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충동적으로 한 결심이었다.
나와 내 불알친구 B는 전국일주를 계획했고, 우리는 2일 만에 실패했다. 중간에 가던 중 B의 헐겁게 묶인 배낭이 도로에 떨어져 끝내 찾지 못하였던 것이다. 사실 2일 만에 끝난 게 다행이기도 했다. 자전거의 자도 모르는 아이두 명이 패기만으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목표를 조금 낮추어 제주도를 자전거로 도는 계획으로 바꾸었다.
4박 5일로 떠난 제주도는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월의 겨울에 떠나서 추운 데다가 치약을 바른 듯이 타들어가는 엉덩이,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소나기에 생각과 다르게 개고생으로 변하고 있었다. 나하나 제대로 몸가누기도 힘든 상황에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여정이었다. 그럴 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배려"였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전, B와 나는 지난 전국일주의 실패를 피드백해보았다. 나는 상대적으로 체력이 좋아서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갔고, B는 계속 뒤처지면서 거리가 벌어졌다. B는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무리를 했고, 배낭이 떨어진지도 모른 채 나를 쫓아왔던 것이다. 나는 나의 기분만 생각하고,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에 나만 신나게 내달렸던 것이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은 전국일주와는 다르게 시작했다. 자전거 대여샵에서 간단한 교육을 받고, 배낭을 묶는 법을 배우고 떠났다. 게다가 나는 무조건 B의 뒤에서 달리기로 했다. B와 함께 여행하기로 한 만큼 "배려" 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시원시원하게 달리지 못해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B와 자전거 페이스를 맞추자 또 다른 풍경이 보였다. 천천히 달려서 제주도의 멋진 해변과 도로, 산과 들이 보였다. 우리는 천천히 달리며 충분히 쉬고, 충분히 관광을 했다. 빨리빨리 달리기만 하던 나에게 또 다른 재미가 온 것이다.
제주도 산방산 중턱에 가면 절이 있다. 자전거를 낑낑거리며 올라왔던 그 절에서 우리는 또 다른 "배려"를 만났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절을 구경하던 중 한쪽에 마련된 귤 소쿠리를 발견했다. 그 소쿠리에는 힘들게 올라던 이들을 위해 스님들이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는 "배려"가 담겨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온 절에서 이제껏 먹었던 것 중 가장 달달한 귤을 맛보았다. 주변에 귤 농장이 많았는데, 당장에 귤을 한 박스 사가고 싶을 정도였다. 자전거를 타고 다녀 사지 못했지만, 절에서 귤을 만난 다른 관광객들은 내려가는 길에 귤 한 박스씩 샀을 것 같다.
나는 남에 하나를 내어 놓는 것에 인색했다. 하나를 주면 둘을 받기를 원했고, 공짜를 특히나 좋아했다. 하지만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나는 "배려"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B를 위해 자전거 페이스를 맞추자 시원시원하게 달리는 것을 포기했지만, 그 대신 천천히 구경하며 보는 재미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재미를 얻게 되었다. 귤을 하나 내어주면서 절에 대한 호감과 주변의 귤 농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우리는 성공적으로 5일째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성공했고, 한라산 소주와 흑돼지의 환상 조합으로 성공을 축하했다. 우리는 술 한잔에 서로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했다. 중요한 건 "배려"앞에는 "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필요한 건 서로에게 이야기를 했고, 충분한 피드백 후 서로를 "배려" 했다.
진솔한 "대화" 속에 서로에 대한 "배려"
함께 여행을 하면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