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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Sep 12. 2019

매력적인 곳에는 시가 있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


" 휴게소에는 시가 있었다. 이런 매력 때문에 나는 다른 여행 장소, 이와 마찬가지로 예기치 않게 시적인 느낌을 주는 장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 p.46 

여행에서 장소는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는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는 장소에서 우리는 색다른 영감이나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보들레르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 엘리엇은 보들레르에 대한 에세이에서 그가 근대의 여행을 시작하는 장소와 여행을 돕는 기게의 아름다움을 최초로 표현한 19세기 예술가라고 평했다. " p.50 


보들레르는 배를 특별히 사랑했다고 한다. 저자는 공항을 좋아한 것 같다. 특히 공항의 가장 큰 매력은 비행기의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화면이라고 말한다. 아무런 위장 없이 자신의 감정적 긴장 상태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저자와 나와 약간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비행기 시간이 시시각각 바뀌는 모습을 보면 설명 못할 매력을 느꼈다. 두 번째로는 도서관이었다. 어딜 여행가도 (혼자 여행을 한다면) 항상 도서관을 들렀던 거 같다. 외국어라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지만, 책들 사이에서 드는 편안함이 있다. 책장 사이를 걸을 때마다 이유 없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매력적인 곳은 시가 있다. 공항에서 바뀌는 숫자 화면과 도서관에 길게 늘어선 책장 사이에서 나는 장소가 써 내려간 시를 읽었을지 모른다. 


매력을 느끼는 장소가 있다면 아래의 세 가지 이유 중 한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로는 새로운 시점. 시와 아름다움이 있는 곳 

"새로운 시점은 풍경에 질서와 논리를 부여한다. " p.58 

일상 속의 풍경은 스쳐 지나간다.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새로운 시점. 여행의 과정에서의 장소는 저마다의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그리고 시와 아름다움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비행기 엔진 소리. 지나가는 외국사람의 통화 목소리. 처음 보는 말로 쓰인 간판. 이민 심사국에서 찍어준 입국 도장. 이 모든 것들이 일상과는 다른 시점을 제공해주면서 우리에게 시로 표현되는 것은 아닐까. 
보들레르는 새로운 장소에서 시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해줄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 

나는 우울한 감정이나 생각할 거리가 많은 때, 무작정 길을 걷는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은 외로움을 가지고 있을 때는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였다고 생각한다. 슬프거나 외로울 때 비슷한 장소와 공간에서 내가 존재하고 있었던 거 같다. 

두 번째로 이야기하는 것은 고독과 외로운 우리를 맞이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혼자 가는 여행에서 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맥도널드는 고독과 외로움을 가진 이들을 품어주는 장소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곳에는 혼자 오는 사람들, 노숙자들이 잠시 콜라 한잔에 쉬고 있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이 집에 가기 전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기도 하다. 혹은 세일즈맨으로 보이는 사람이 잠시 숨을 돌리고 있기는 장면을 볼 수가 있었다. 
공동의 고립감과 외로움이 한 곳의 장소에 모일 때 그것이 희석이 되는 것 같다. 

"외로운 공공장소에서 우리는 고립의 느낌을 희석할 수 있고, 따라서 공동체에 대한 독특한 느낌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 p.72

이러한 고립을 느끼던 중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는 두 가지의 감정 모두를 느낄 수 있었던 거 같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애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함께 여행의 장소를 이야기한다. 특히나 기차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애드워드 호퍼 <좌석 차>


여행은 생각의 산파이다.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해야 할 일이 생각뿐일 때에 정신은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신의 일부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생각도 쉬워진다. 음악이나 풍경은 이런 부분이 잠시 한눈을 팔도록 유도한다. 
모든 운송수단 가운데 생각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마 기차일 것이다. " p.78 

나는 기차를 정말 좋아한다. 여행 중에 글을 적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행 이동 수단 중에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수단이 기차이기 때문이다. 유독 기차에서 사색이 더 잘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기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똑같은 풍경일지라도 특별하게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영감을 얻거나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차를 참 좋아한다. 

" 우리가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곳이 반드시 집은 아니다. "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게 해주기도 한다. 새로운 곳에서 느끼는 느낌은 집을 떠나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면서 가장 기대하는 것이 자신을 만나는 기대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러했으니까. 실제로 나 자신을 온전히 만나지는 못했지만, 가장 나와 대화를 많이 했던 때는 여행 중이 아닌가 싶다. 

" 우리가 휴게소와 모텔에서 시를 발견한다면, 공항이나 열차에 끌린다면, 다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 p.84 

저자는 여행에서 특히나 장소에서 느끼는 특별한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이쁜 사진만 찍는 여행을 하는 것보다 그곳이 가져다주는 시를 느꼈으면 좋겠다. 나는 멍하니 생각하거나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모두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한 번쯤 새로운 장소에서 나와의 대화를 나눠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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