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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여행지가 있나요?

김영하 여행의 이유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by 낯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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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텔이 좋다.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요?

여기를 가면 편안함을 느끼거나, 여행을 갔을 때 꼭 들리는 장소 같은 것 말이에요.

김영하 작가는 호텔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집돌이인 저는 집을 좋아하지만 꼭 좋은 호텔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다만, 꼭 들리고 싶은 곳이 있다면 서점이나 도서관입니다. 책 속에 둘러싸이는 느낌이 너무 좋거든요. 어떤 분은 쇼핑을 좋아할 것이고, 어떤 분은 바다를 좋아할 것이고, 어떤 분은 커피를 좋아해서 특히 자주 가는 곳들이 하나씩 꼭 있을 거예요.


“평범한 회사원? 그런 인물은 없어”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 없어요. 모두 비슷하게 자라온 것 같지만, 다 다른 삶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모든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규정해서 A는 B다.라고 정의하기 어렵죠. 여행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꼭 가봐야 할 여행지 TOP10 같은 추천 장소를 보면 사람을 하나로 규정하는 듯한 느낌을 받거든요.


노아 루크먼은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인물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일종의 신념’으로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인간의 행동은 입버릇처럼 내뱉고 다니는 신념보다 자기도 모르는 믿음에 더 좌우된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있습니다. 한국인의 예의라는 우스갯소리로 한국사람들은 밥 먹기 전에 꼭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죠.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비슷한 것 같기도..) 그만큼 한국사람들만의 특징 혹은 그 시대의 트렌드만의 특징들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베트남에 있을 때 누가 한국인이고, 중국인이고, 일본인인지 구별하는 놀이를 한 적이 있는데 틀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높은 확률로 맞추기도 했습니다. 사실, 동남아에서 생활하다 보면 동남아 국가들과 한국을 계속 비교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자라왔으니까요. 얼굴 생김새도 있긴 하지만, 나라 혹은 문화, 그 나이 때, 지역별로 무의식 중에 들어있는 일종의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지를 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뉴욕에 가면 뭔가 멋지고 영어로 브로드웨이 간판만 봐도 힙한 느낌이 드는 반면 개발도상국에 가면 이국적이긴 하지만,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한국과 비교하기 일쑤입니다. 그 나라에 가보기 전에 이미 우리 머릿속에 입력된 무의식이 작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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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나는 여행을 더 갈망했다. 그것은 리셋에 대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다는 것도 필요하다.


다시 돌아와서, 그래서 한 번쯤 자신만의 장소로 떠나보세요~ 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매우 즐깁니다. 하지만 꼭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충전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죠. 그 시간이 없이 계속 사람들을 만나면 방전되어버린 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매우 활발하던 아이가 조용히 멍 때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면 에너지 충만하게 삶으로 복귀할 수 있었죠. 일을 할 때도 꼭 혼자만의 시간을 짧게라도 가져서 에너지를 충전했습니다. 고된 노동과 삶에서 잠시나마 해방을 느끼고, 다시 삶에 돌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빌 게이츠의 생각주간을 아시나요? 빌 게이츠는 1년에 1~2번 정도 일주일 동안 10년 뒤 장기비전을 구상하기 위해 별장에 칩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 시간 동안 먹고 자는 것을 제외하고 오로지 생각 중인 주제만 몰두해서 고민했다고 합니다. 다른 어떠한 외부의 자극을 차단한 채 말이죠. 우리들은 일주일 동안 하기 어렵지만 3~4일 정도 생각주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떻까요? 자신이 가장 편안하고 좋아하는 장소에서 말이에요. 블로거 생각노트님이 실제로 이 생각주간을 가지고 난 뒤 내용을 정리해주셨는데요. 한 번 참고하시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생각주간이나 호캉스나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시끄러운 소음의 삶에서 달아나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자신을 만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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