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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Sep 25. 2020

노바디의 여행

김영하 여행의 이유 - 노바디의 여행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 노바디의 여행"을 읽고 

여행의 이유 중 노바디의 여행 에피소드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발췌하여 개인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여행자는 낯선 존재이며, 그러므로 더 자주, 명백하게 분류되고 기호화된다. 국적, 성별, 피부색, 나이에 따른 스테레오 타입이 정체성을 대체한다. 즉,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여행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자', 노바디 일 뿐이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 국적을 물어본다. 대부분 일본 사람, 중국사람, 서양사람으로 분류되었다. 현지인들에게도 한국사람이라 하면 김정은 안부부터 물어보곤 했다. 아니면 강남스타일과 성형에 대해 물어보았다. 여행지에서 우리는 아주 간단하게 황인종, 아시아 사람, 한국인으로 쉽게 카테고리에 묶인다. 나라는 사람보다 "한국사람", "황인종"이 더욱 대두된다. 


여행을 다니면서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고, 최대한 현지인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충동적으로 뉴욕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을 때 마치 뉴요커가 된 기분이었다. 반면 '현지인 같으세요.' 같은 말이 별로 달갑지 않은 나라와 도시도 있다. 그때는 여행자로서 현지인과 적극적으로 구별 짓고자 한다. 베트남에서 3년간 살면서 현지인 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면서도 현지인 같다는 말에는 철저히 한국사람으로 나타내고 싶어 했다. 


이렇듯 여행자는 어디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그 나라와 도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또한 그 도시의 정주민들이 여행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방식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맞춘다. 때로 우리는 노바디가 되어 현지인 사이에 숨으려 하고, 섬바디로 확연히 구별되고자 한다. 


 국밥집에 국밥을 먹으러 갈 때 혹은 20년 지기 부랄 친구를 만날 때 운동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가도 상관없지만, 호텔이나 고급 파티에 초대된다면 자신을 최대한 꾸미고 격식에 맞는 옷을 입으려 한다. 여행도 비슷한 게 아닐까. 내가 그곳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의 생각과 행동이 구별되는 것이다. 


그 도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라면, 여행자는 자신을 최대한 감추며 드러내지 않고자 할 것이다. 반면 현지인 상당수가 관광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여행자에게 비굴할 정도로 친절한 도시에서 우리는 굳이 자신을 현지인으로 가장하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느다. 그 도시의 원주민들이 우리가 떠나온 나라에 대해 강력한 호감까지 갖고 있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그럴 때면 개별적인 자아 대신 더 매력적인 집단적 페르소나 뒤에 숨고자 할 것이다. 


뉴욕에 있을 때는 뉴요커처럼 보이려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한달살이였지만 마치 10년은 산 것처럼 행동하고 다녔다. 실제 현지인들은 누가 봐도 여행객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반면 베트남에서는 나 한국사람이요~라고 티 내고 다녔다. 경제적이나 한류의 영향이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게 장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자아를 뽐내기보다 뉴요커나 한국사람이라는 집단적 페르소나 뒤에 숨으려 했다.


여행자 오디세우스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그의 허영심이었다. 그를 위험에서 구한 것은 스스로를 노바디로 낮춘 덕분이었다. 허영과 자만은 여행자의 적이다, 달라진 정체성에 적응하라, 자기를 낮추고 노바디가 될 때 위험을 피하고 온전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일 것이다. 


특히 베트남에서 많이 느낀 '허영심'이다. 한국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베트남 사람들을 낮게 보거나 함부로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곤 했다. 지위나 허영을 앞세운 페르소나는 자신을 속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한국인이라는 카테고리가 잘못된 선입견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타지에서 타자에 대한 존중이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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