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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Dec 06. 2019

왜 그들은 목숨을 걸고 영국으로 갔을까?

베트남인 39명 영국 밀입국 시도하다 트럭에서 죽은 사건에 대해  


" 엄마 숨을 쉴 수 없어.. 엄마 아빠 너무 사랑해요. 엄마 미안해"


응에안성 출신 25살 펨 티 트라 마이가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메시지입니다. 영국으로 건너간 오빠를 따라 영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트럭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근래 가장 충격적인 소식 중 하나였던 냉동 트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사망한 39명의 사건입니다. 


처음에는 트럭 안에 있는 사람들이 중국사람으로 오해를 받았습니다. 중국 역시 유럽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나라 중 가장 유명하거든요. 하지만, 이들이 베트남 사람들이라는 것이 오래지 않아 밝혀졌습니다. 그들의 가족들이 증언하면서 빠르게 확인이 되었거든요. 게다가 이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에서도 17명의 베트남인들이 차량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두 번이 아닌 밀입국 사건. 이들은 왜 영국이라는 지구 반대편으로 목숨을 걸고 밀입국을 시도했을까요? 


베트남인들의 해외 밀입국 현황 

유로폴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 트럭을 이용해 밀입국 한 숫자만 80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유럽 전역에서 약 3만 5000여 명의 밀입국자들이 적발되고 있다고 하니, 적발되지 않은 수까지 하면 훨씬 많은 인원들이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밀입국을 돈을 받고 중간에서 해주는 중개인들이 있는데 명당 4000~5000만 원의 큰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범죄조직에서는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입니다.


그들은 왜 밀입국을 시도했을까?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면서 매우 각광받고 있는 나라입니다. 연평균 7%의 높은 성장률로 경제발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올라가는 나라에서 왜 못살겠다고 목숨을 걸고 건너가는 것일까? 바로 돈 때문입니다. 어? 베트남은 요즘 잘 나가는 나라 아닌가요? 물어볼 수 있다. 베트남은 2019년 현재 1인당 GDP가 약 2500달러입니다. 1년에 250만 원 정도 번다는 것이죠. 한 달이면 20만 원 정도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80년 초와 비슷한 GDP 수준입니다. 그래도 성장률이 7% 이상 매년 성장해서 급격히 경제가 좋아지고 있지 않나요? 문제는 바로 대도시와 시골 간의 격차가 어마 무시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전체 1인당 GDP이 2500달러라도 시골지역은 GDP의 반도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번에 밀입국을 시도한 이들의 출신은 응에안성과 하띤성인데, 이 곳 역시 1인당 GDP가 매우 낮은 곳입니다. 응에안성은 호찌민의 고향임에도 여전히 1인당 GDP가 1200달러 수준이고 하띤성은 몇 년 전 포모사 사태라 불리는 독극물 하천 유입 사고가 나면서 어업에 의존하는 지역경제가 크게 손해가 났습니다. 


 저는 호찌민에 살고 있지만 때때로 시 외곽으로 나갈 일이 있습니다. 같은 호찌민 시도 부익부 빈익빈이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합니다. 관광을 오거나 주로 부촌 지역에 살기 때문에 베트남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처럼 보여도 시 외곽은 아직 개발이 전혀 되지 않은 곳들이 넘쳐납니다. 이번 사건 역시 중개인들이 영국에 가면 월급 3500달러 이상 벌 수 있다는 유혹을 하였다고 했습니다. 


밀입국을 해도 문제 

밀입국을 천운을 타고 성공한다고 쳐도 그들 앞에 놓인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와도 불법체류자로서 할 수 있는 노동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로 청소부나 공사장, 네일이나 마사지 등을 전전하게 되고 매춘이나 범죄에도 매우 쉽게 노출됩니다. 애초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위치한 사람들이다 보니 성공한다고 해도 혹독한 미래가 앞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유혹의 손짓에 지금도 많은 베트남인들이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호찌민 통일궁 앞 공원 큰길에서 추모행사가 열렸습니다. 39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공원을 통과하는 길을 통제하고 추모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추모로써 끝나는 것이 아닌 베트남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비극을 막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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