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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Mar 13. 2020

베트남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해 본 후기

독서모임의 진행자가 되어보다 




좋은 기회가 되어 독서모임을 운영해보게 되었다. 푸미흥의 북카페 자작나무 숲에서 타오디엔 지역의 독서모임 진행을 내가 맡게 된 것이다. 아쉽게도 2020년이 되면서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독서모임을 잠시 내려놓긴 했지만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며 독서모임을 직접 진행해본 후기를 남겨볼까 한다. 


모임 시작 전 


모임의 주 타깃층 

 독서모임의 타깃은 아침의 한국 아주머니들이었다. 이미 푸미흥에서 아침 아주머니 대상 모임을 진행 중이었고, 독서에 대한 니즈가 강한 타겟층이기도 했다. 아침에 남편 직장 보내고 애들 학교 보내고 나서 무언가 문화생활을 가져야 하는데, 베트남에는 문화생활을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운동이 쉽게 접하고 다양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편이지만 예술분야에서는 한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현실이었다. 


책 선정

 주 타겟층을 정했으니 거기에 맞는 책 선정이 중요했다. 너무 어려운 책은 고객들의 참여도를 끌어올리기 힘들 수 있고, 너무 쉽다면 토론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적당히 토론을 할 수 있는 주제가 있거나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책들로 선정해보았다. 북카페에서 이미 진행 중인 모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제 선정

 독서모임에서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진행자가 함께 나누고 싶은 토론 주제를 정하는 것이었다. 주제가 불명확하거나 토론을 할 만한 주제가 아닐 경우 모임이 산으로 가거나 딱히 말을 나눌 만큼 충분하지 못했다. 이전 독서모임에서 발제를 맡았을 때 주제를 제대로 선정해가지 못하여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 모임에는 책을 2~3번 읽고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자료를 찾아갔다. 주제도 고심해서 선정하고, 때때로 북카페 사장님과 주제에 대해서 의논을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미리 가본 푸미흥 모임에서 어머님들의 주제 선정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유료 운영

 한국의 트레바리같이 유료였지만, 비싼 가격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도 책 읽는데 무슨 돈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에 그 책임감이 매우 컸다. 진행자로서, 최대한 어머니들의 관심분야와 니즈에 맞추도록 노력을 했고 이미 푸미흥에서 운영되는 어머님 대상 모임에 참가해보면서 어떤 쪽을 좋아하고, 어떤 책들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아보았다. 진행자로서도 책임감이 강하게 들지만, 참여자로써도 유료와 무료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모임을 진행하면서 90% 넘는 참석률을 보여주었으며, 작은 과제들도 모두 수행해서 오셨다. 


공간 찾기의 어려움 

 따로 모임 장소가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10명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시끄럽지 않으면서 10명이 들어가서 충분히 토론이 가능한 장소가 있어야 했다. 베트남에는 아직 토즈 같은 모임 카페가 없었기 때문에 기존 카페에서 독립적인 공간이 있는 곳이 필요했다. 게다가 타오디엔과 안푸지역에서 열려야 했기 때문에 지역적 제한까지 있었다. 10군데 정도 돌다가 결국 더 루프 카페의 2층 공간을 예약하게 되었다. 8명까지 가능한 원형 탁자에 작은 탁자를 더 붙여서 사용했다.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위치나 독립적인 공간 그리고 1인 1 음료만 주문하면 되는 저렴함까지 있어서 가장 최적의 장소였다. 그래서 미리 모임 일정 전체를 예약하고 시작했다. 원형으로 된 탁자이다 보니 확실히 참가자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친밀감이 더욱 형성되는 것 같다. 모임 시 이러한 공간도 중요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걱정과 달리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다. 자작나무 숲 북카페가 2년 넘게 운영되면서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었기에 독서모임이 열린다는 공고를 하자마자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셨다. 지금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모임 진행 시 


적절한 토론 배분 

 모임은 총 10명이었다. 모두 어머님이셨고 아이들이 있으셨다. 이러한 모임이 처음인 분도 있었고, 몇 번 참가해본 분도 계셨다. 말 한번 하면 끝나지 않는 분도 계셨고, 말하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렇다 보니 중간 중재를 하지 않으면 말하는 사람만 계속 말하고 말하지 않는 분은 계속 말하지 않게 되었다.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고 끝맺어 주고, 말이 없는 분은 계속 발언권을 주게 했다. 물론 너무 힘들었다. 사실 거절하는 것이 힘든 나에게 처음에는 중간에 끊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발언을 잘 안 하는 분들 먼저 발언을 하게끔 유도하는 식으로 시작했다. 나중에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중재하는 것이 조금 편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자신의 이야기, 아이들의 이야기 

 주 참여자가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이 있기에 기승전 아이가 되었다. 주로 아이들 교육과 인성 발달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이들에게 매몰될 수 있는 어머니들에게 나는 누군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어머니가 아닌 개인의 나로서 정체성을 가지는 것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그렇다 보니 그에 맞는 책을 선정했고 같은 책이라도 주제를 좀 더 초점에 맞는 주제로 바꾸었다. 확실히 이야기가 다채롭고, 같은 주제도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셨다. 특히 해외에 오래 산 분과 한국에서 오신 분 간의 차이점도 듣는 것이 즐겁기도 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시각을 제공해주시기도 했다. 특히 90년대생이 온다의 경우 요즘 친구들과 어머니 세대와 간격이 얼마나 차이 있는지. 요즘 10대 애들은 어떤 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더 이상 요즘애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ㅠㅠ ) 


다양한 모임 시도 

 모임을 그저 책만 읽고 토론만 하는 모임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오감을 이용한 시도를 해보았다. 특히, 시를 읽는 시간이 있었는데 시를 함께 낭송해보고 직접 시를 필사도 해보고 자신만의 시를 써보기도 했다. 주제와 비슷한 노래를 매칭 해보기도 했다. 트레바리에서 체험하는 독서, 여행하는 독서의 부분을 많이 참고해보기도 했다. 단순히 책만 읽고 이야기 나누기보다 온몸 온 오감을 사용하는 독서를 하고 싶었다. 


임이 끝난 후 


실천하는 독서 

 책에서 느낀 점을 직접 집에서도 실천할 수 있게 매번 과제를 내주기도 했다. 단순히 토론하고 끝이 아닌 생활에서 녹아들고 실천하는 모임이 되길 바라는 시도였다. 책을 읽는다는 과정에서 끝나기보다 실천으로 이어지는 독서가 진정한 독서의 완결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트레바리의 여러 재밌는 모임들을 참고해보며 현지에 맞게 조금 수정해보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따로 뒤풀이를 하지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기보다 느슨한 연대가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지금 생각해서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회식 정도는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적당한 친밀감은 필요한데 말이다. 모임을 진행한 뒤에는 꼭 기록을 하고 피드백을 받아보았다. 끝나고 집에 가기 전 혹시 괜찮았는지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피드백을 받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길지 않은 모임이었지만, 진행자로서 매우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닐까 싶다. 함께 해준 참여한 어머님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리고, 더 지속적으로 하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재 참여율이 80% 가까이되면 나름 성공적인 모임 진행을 했다고 혼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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