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투자한 동남아 E스포츠 혁신기업 EVOS
동남아에서 가장 선도적인 EVOS E스포츠 기업을 알아보자.
2020년 인도네시아 이스포츠 기업 EVOS 모회사 ATTN(어텐션 홀딩스)이 시리즈 B 1200만 달러(약 140억) 규모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이 투자에서 유독 눈에 띄는 투자사들이 있었다. 바로 한국투자금융, 미래에셋금융, 우아한 형제들이 투자사로 참여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같은 달 홍콩 기반 이스포츠 탈론에 200만 달러(약 23억) 시드 투자에 하나 벤처스가 투자사 중 하나로 참여했다. 동남아 기반 이스포츠 회사에 한국 투자사들의 투자가 연이어 시작되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 한국 투자사들이 동남아 이스포츠 회사에 투자를 한 것일까? EVOS를 깊게 조사해보며 투자사들이 느낀 매력과 동남아 이스포츠의 방향에 대해 이해해보고자 한다.
창업자 Ivan Yeo
2020 포브스 30세 이하 아시아 젊은 창업가에 선정된 Ivan Yeo는 2016년 두 친구와 함께 EVOS의 모기업인 ATTN을 창업했다. Yeo는 금융회사에서 펀드 관리 일로 커리어를 시작한 뒤 일본과 캄보디아에서 각각 부동산과 식음료 사업을 시작했다.
첫 해 매출이 만 달러에서 2년 만에 백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동남아 이스포츠 기업 중 최초의 기록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년 뒤 매출 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폭풍 성장을 거듭한다. 19년 시리즈 A 투자 이후 작년 시리즈 B 투자까지 받는다. 동남아 이스포츠 기업 중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이다. 2명의 친구와 함께 시작한 회사는 현재 120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 회사가 되었다
초기 시리즈 A 투자를 했던 Insignia Ventures Partners의 Tan Yinglan은 인터뷰에서 Ivan은 명확한 성장 로드맵이 있었고 각 지역 최고의 플랫폼 및 퍼블리셔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 점을 크게 보았다고 밝혔다. 이번 시리즈 B 투자로 ATTN의 이사진으로 합류하게 된 박상호 한국투자증권 이사 또한 아시아 전역에 자리 잡은 플랫폼이자 명확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EVOS 5개국 프로게임단 운영
EVOS는 인도네시아, 태국을 중심으로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총 5개국 13개 프로팀들과 모바일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프리 파이어, 렐름 오브 발러 4가지 게임에서 프로팀을 운영 중이다. 주로 모바일 게임 위주의 프로팀을 운영 중인데 베트남에서 운영하던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팀을 2020년 말 해체를 했다. 시리즈 B투자 이후 수익화와 모바일 집중이 이유라 생각된다.
Ivan Yeo는 한 인터뷰에서 각각 국가마다 다른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억 5천만 명의 인구 바탕으로 한 전략을 세웠고 태국의 경우 젊은 층의 높은 소비력을 중점으로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 프로팀이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만 시리즈 B투자사로 합류한 우아한 형제들이 베트남에서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고 있기에 향후 베트남 시장의 재진입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WHIM 엔터테인먼트
EVOS의 모기업인 ATTN은 엔터테인먼트이자 MCN 기업 WHIM도 운영 중이다. 300명 이상 인플루언서를 보유하고 있고 온오프라인 행사 및 광고 대행, 콘텐츠 제작 등을 하고 있다. EVOS 이스포츠 기업과 엔터 기획 MCN 회사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60여 명의 프로게이머들과 50여 명의 게임 전문 인플루언서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프로게임단 IP를 활용하여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스트라이더와 우아한 형제들과 협업
일본 부동산 투자기업 스트라 이더스 ATTN에 투자를 했다. EVOS는 동남아 전체 이스포츠 생태계 플랫폼을 개발 중이고 앱 제작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트라이더스의 동남아 투자 및 핀테크 개발에 도움을 주고 스트라이더스는 ATTN의 일본 진출에 도움을 주는 투자가 이루어졌다.
또한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한 우아한 형제들은 베트남에서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고 있다. 딜리버리 히어로의 인수 후 동남아 지역 전체로 진출을 예상하고 있기에 이번 투자는 동남아 시장을 겨냥하고 젊은 층들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아닐까 예상해보았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배민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고 서로에게 큰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예상한다.
엔터테인먼트와 전통 스포츠의 결합 - 이스포츠의 미래
Ivan Yeo는 인터뷰에서 이스포츠가 발전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EVOS는 인도네시아에서 공포 영화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제작팀이 제작하며 Esports 팀 선수들이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EVOS는 Esports 팀이란 IP를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 제작으로 활용하며 단순히 스포츠팀으로 운영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사업화를 추구하고 있다. 팀 이블 지니어스 CEO인 Nicole 도 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이스포츠는 전통 스포츠 모델과 엔터테인먼트 모델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도 T1과 젠지가 전속 스트리머와 프로게이머 IP를 활용한 다양한 엔터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더 이상 전통 스포츠로 생각하는 게 아닌 엔터사업과 결합한 새로운 영역의 분야라는 것이다. EVOS는 다른 이스포츠 팀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
선수의 엔터테인먼트적 지원이 필요
지난 2014년 라이엇 게임즈는 롤드컵을 맞아 Road to Worlds라는 다큐를 제작했다. 당시 페이커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면서 페이커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최근 들어 LCK의 각 구단들이 구단만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DRX는 “DRX Adventure”, T1은 “The Locker Room”, 젠지는 “ALL IN”이라는 구단의 뒷이야기와 선수들의 진솔한 모습들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단순히 경기 실력이 아닌 선수의 이미지와 색깔이 팬들에게 전달되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최근 재밌게 아프리카 ALL 리그와 트위치 자낳대 대회를 시청했다. 아프리카는 마스터 티어 이상 BJ들과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이 팀을 결성해 리그를 치르고 자낳대는 스트리머들이 모인 팀에 감독과 코치로 프로게이머들이 참가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류제홍의 또 다른 매력이 나오면서 은퇴 이후 스트리머로써 큰 호평을 받았고 래퍼드 감독의 인간적인 모습과 날카로운 밴픽을 보며 환호성을 지른 경험이 있다. 공식 경기에서 볼 수 없는 프로게이머들의 인간미와 매력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고 각 선수마다 팬 층이 새롭게 생기는 모습을 보았다. 앞으로 구단들도 적극적으로 선수들과 구단의 엔터적인 면모를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결합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LCK 구단들도 IP를 활용한 MCN 결합 및 파트너십 필요 - EVOS 인니 MCN과 파트너십
그중 EVOS와 흡사한 행보를 보이는 LCK 팀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 프릭스이다. 해외 유명 이스포츠 유튜버 ‘Gbay99’와의 협업을 통해 ‘The trangest Esports Team In The World’를 만들었다. 기인의 데뷔 스토리가 잘 담긴 다큐멘터리이다. EVOS 역시 인도네시아 MCN 기업 ‘Hepmil Creators’와 파트너십을 진행했다. 아프리카는 다큐뿐만 아니라 ALL 리그와 각종 롤 대회를 진행하고 BJ와 프로게이머를 활용하는데 매우 능숙하다. PC방을 운영하며 직접 각종 이스포츠 대회를 주관하고 BJ IP를 활용한 대회를 주최하고 직접 프로팀을 운영하기도 한다. 아프리카가 해외로 진출을 확장한다면 EVOS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예상한다.
아프리카의 베트남 진출
아프리카 TV는 2018년부터 베트남 진출의 의지를 나타내었다. 베트남 방송사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직 뚜렷한 성과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EVOS처럼 핵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아프리카가 가지고 있는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진출한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앤드 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이스포츠 시장은 올해 말 11억 1000만 달러 (약 1조 2700억)에서 2023년 21억 1000만 달러 (약 2조 4100억)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기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이스포츠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van Yeo와 ATTN의 행보는 이스포츠 시장의 발전과 미래에 큰 힌트를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