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간 사람 여행 세계일주
세계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나 응원을 받았다. 혹은 걱정이나 염려의 말도 있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자그마한 선물을 받기도 했다. 누구 하나 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친구들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와서도 생각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나는 친구가 적은 편이다. 정말로 연락하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말이다.
친구의 친구로 만났지만, 현재까지 가장 가깝게 그리고 가장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꽤나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여행을 가는 당일날. 친구가 나에게 연락을 주었다.
나는 곧 11시 40분 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설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이미 한 번 인사를 나누었지만, 고맙게도 연락이 되자마자 바로 마중 나와준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버스를 타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나를 배웅해주었다.
우리 집과 친구 집은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다. 중간지점에서 우리는 어린 시절의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그때는 정말로 감동을 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당시에는 웃는 표정으로 헤어졌지만, 돌아오고 나서 세계일주를 정리하려 사진을 정리하던 중 친구의 배웅이 생각이 났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 여행 콘셉트로 간다는 나의 포부는 한 달, 3개월, 5개월 반이 지난 시점에 위기가 찾아왔다. 생각과 너무 다른 여행과 향수병, 그리고 외로움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나를 다시 귀국길에 오르도록 유혹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고,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자칫 충동적으로 여행을 그만뒀을지도 모르는 가운데 한국의 친구들은 나에게 정신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우정도 사랑도 나누고 왔다.
그렇지만, 그 여행의 종착역은 아무래도 한국 친구들의 우정이 아닐까 싶다.
가기 전에 헐레벌떡 마중 나와서 배웅해주는 친구
힘들 때마다 전화로나마 나에게 쓴소리 혹은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던 친구
장문의 메시지로 나를 위로해주던 친구
세계여행을 다녀와서 알게 된 친구들의 소중함. 나의 부족함.
이번 세계여행의 가장 큰 수확은 친구가 아닐까 싶다.
전 세계 친구들을 찾아 멀리멀리 돌아다니고 돌아다녔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지탱해주고 있던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