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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Jul 08. 2017

알쓸신잡에 유희열이 꼭 필요한 이유

알쓸신잡의 주인공은 '유희열'



아재들이 하루 종일 수다 떠는 예능을 한다고 하면 어떤 느낌부터 들까? 40대, 50대 아재들의 수다를 좋아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이며, 다큐멘터리나 토론도 아니고 예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다지 예능 주제로 적합한지 의문이다. 1박2일부터 꽃할배, 삼시 세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나영석 피디의 2017년 새로운 예능은 바로 아재들의 수다, <알쓸신잡> 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주제로 화제를 몰고 왔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더 들었다. 나오는 출연진들이 물론 강연이나 방송경력들이 있는 분이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꼰대들의 잔소리가 될 수도 있는 불안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재밌다. 아프리카 여캠 방송도 10분 이상을 못 보는 내가 아재들 수다 떠는 걸 1시간 넘게 보고 있다니… 유익한데 웃기기까지 하니 나영석 피디의 캐스팅 능력과 편집 실력에 감탄 또 감탄을 하였다.



알쓸신잡이 이토록 매력적인 예능이 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나는 유희열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계속 주목이 되었다. 다른 출연진은 예능 콘셉트에 맞는 잡학 박사들이라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지만 왜 MC로 유희열을 뽑았을까. 다른 사람들도 많은 데, 왜 유희열일까. 이미 꽃보다 청춘으로 한 번 나영석 피디와 호흡을 맞춘 적은 있지만, 왜 나영석 피디는 유희열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유희열은 잡학 박사들과는 달리 무식한 이미지로 고통받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상식이 더 깊은 MC를 선택하지 않고 시종일관 괴로워하는 유희열을 나영석 피디는 MC로 선택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유희열의 존재가 알쓸신잡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유희열은 무식하지 않다. 전문분야가 아닐 뿐.
   알쓸신잡에서 유희열은 하루 종일 괴로워한다. 처음 듣는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혹은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잡학 박사들 사이에서 상식이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었나 자책을 한다. 하지만 유희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식하지 않다. 그도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다. 반 1등 사이에서는 반 1등이 평범할 뿐. 게다가 유희열은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한 분야에 장인이 되는 것도 어려운 시대에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잡학 박사들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사기적인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므로 유희열은 잡학 박사들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상식과 교양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자책하는 것이 내 마음을 대변해주어 계속해주었으면 좋겠다.





2. 굿 리스너
   잡학 박사들은 끊임없이 말한다. 정말 이렇게 말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말이 많다. 그 속에서 유희열은 처량하게 보일 정도였다. 다 듣고 있으려면 얼마나 힘들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유희열은 정말 잘 듣는 굿 리스너였다. 적절한 리액션과 말할 때 집중 있게 상대방의 말을 듣는 자세. 그럴수록 상대방은 더 신나서 이야기한다. 유희열이 비록 몰라서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잘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자기 목소리만 낸다면 아마 알쓸신잡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들어주는 이가 없는 대화는 곧장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기 때문이다.





3. 균형의 수호자
   유희열은 MC답게, 적절히 균형을 잡고 있다. 다년간의 MC 경험은 역시 프로는 달라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절묘한 개그와 주제가 너무 산으로 간다 싶으면 다시 원래 주제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대화를 중간에서 끊어버리거나 대화의 주도권을 뺏어버리는 결과를 내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본 알쓸신잡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자연스럽게 서로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적절한 선에서 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MC의 역량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괴로운 유희열


4. 시청자 공감대 형성
   유희열이라는 존재가 가장 필요한 이유는 공감대 형성이라고 생각한다. 알쓸신잡을 보면서 내가 아는 부분은 5% 정도 나온 것 같다. (나름 상식이 조금은 있다고 생각한 나였다. ) 그럴 때마다 유희열은 나 대신 괴로워하고 화를 내고 이런 것까지 왜 알고 있냐고 투정을 부린다. 시청자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는 유희열을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마 나 피디가 유희열을 캐스팅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게 공감대 형성이 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희열의 존재가 잡학 박사들과 시청자들 사이의 괴리감을 해소시켜주고, 우리의 부족한 상식에 대한 괴로움을 희석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알쓸신잡을 보면서 유희열이 이 예능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유희열은 잡학 박사들과 시청자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 다리이자, 자칫 나 잘났소 설명충 예능이 될 법한 알쓸신잡을 적절한 균형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나영석 피디의 인물 보는 눈에 감탄하고, 유희열을 존재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예능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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