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책을 읽고 난 후
2015년은 미움받을 용기의 해였다. 책을 잘 보지 않던 주변 지인들조차 가방에 한 권씩 꼭 들어 있었다. 서점을 가면 1년 내내 베스트셀러 1위자리에 앉아 군림하고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알게된 것은 2015년 4월, 그 해 대학교 4학년때였다. 곧 취업을 해야하는 마지막 학년으로써, 이 책은 나에게 바이블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불안하고 힘든 취업시즌을 이 책이 옆에서 위로해주고 힘을 주었었다.
2018년 1월, 나는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내가 참석하던 독서 모임에서 한 분이 같이 읽어보고 싶다고 하여 읽게 된 것이다. 다시 읽었을 때, 나는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으로써 다시 한 번 힐링을 받을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책이 잘 읽혀지지 않았다. 굉장히 불편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 불편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고, 내 나름대로 이 불편함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2년전 나에게 깊은 영감과 위로를 준 이 책이 왜 지금은 이렇게 불편하게 다가오는지 알아야 했다.
나는 이 책을 다시 덮으면서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미움받을 용기는 자기계발서이다."
그리고 나는 자기계발서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책을 다 읽고 이 책이 불편했던 5가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누군가에게는 위로이자 영감의 책이라 생각하니 이런 생각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참고만 했으면 좋겠다.
1. 미움받을 용기는 자기계발서이다.
먼저, 이 사실을 전제로 가야한다. 미움받을 용기는 자기계발서이다. 책은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철저히 저자의 생각과 철학을 아들러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꼈다. 마치 어느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이라고 글을 시작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믿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책에서 아들러의 사상과 비슷하다고 열거하는 책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심리학이 아닌 자기계발의 베스트셀러를 열거하고 있다. 고도의 마케팅과 저자의 글쏨씨가 이 책이 다른 자기계발서보다 우리에게 덜 자극적이고 덜 거부감 들게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책의 출판사는 강연과 자기계발서 전문 회사이다.)
2. 아들러는 심리학에서 주류가 아니었다.
저자는 아들러가 심리학에서 3대 거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들러가 유명한 심리학자임은 분명하지만, 3대 거장의 반열에 들정도인가는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이트의 원인론을 반박하면서 아들러의 목적론이 아들러의 핵심임은 분명하나 한번도 주류로써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는 프로이트는 들어보았어도 아들러는 아마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을 것이다. 2002년 20세기 심리학 역사상 가장 많이 인용 리스트에서 아들러는 67위에 있다. 주로 상위권에는 스카너, 프로이트 등 사회,행동,학습 심리학이 차지 하고 있다. ) 추가적으로 이 책에서 설명하는 여러가지 현상과 문제점들은 다른 심리학에서도 충분히 설명가능하다. 즉, 아들러의 심리학만이 진리이자 현재를 보는 통찰력있는 심리학이 아니라는 점이다. 100년전 이론을 지금 끌고 왔다는 것은 다분히 저자의 의도가 깔려있는게 아닌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프로이트 이후 엄청나게 심리학이 발전했음에도.
3. 상하관계의 토론
나는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하관계라고 생각한다. 언뜻 보기에는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을 하고 있는 것처럼보이지만, 둘의 태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철학자는 시종일관 여유롭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지만, 청년은 감정적이고 논리적이기보다 반박을 위한 예시나 감정적 반박으로 일관한다. 마치 심리치료를 받는 의사와 환자사이의 느낌이 든다. 마치 저자가 독자들에게 심리치료를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건강한 토론이라면, 서로가 자신만의 철학을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이야기 함에 있어 그 선택과 사색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는게 좋은게 아닐까? 물론 그러면 잘 안팔리겠지만.... 이러한 구조는 우리에게 마치 철학자의 이야기가 진리이고 맞다는 식의 주입식으로 받아들이는 문제가 발생한다. 나도 모르게 철학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맞는지 아닌지 사색을 하는게 아니라..
4.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린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개인이 주체적인 의식을 가지고, 남이 바라는 혹은 의식하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삶과 행동을 해야하는 것에서 개인의 주체성을 고조시키기에 좋은 책이다. 다만, 문제는 모든 문제를 개인의 마음의 문제로 돌린다는 점이다. 나는 여기서 크게 반대하는 바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 혹은 의식은 개인의 경험과 사회환경의 시간적 축적이라 생각한다. 한국사람이 걱정하는 점들은 유럽사람들은 걱정하지 않을 수 있고,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일례로 한국의 취업이 어려운 것은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환경도 많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취업걱정이 다른 나라사람에게는 전혀 걱정하는 바가 아닐 수 있다. 비록 삶의 주체적이고 자립감있게 살게 한다는 점에서 장점도 있지만 모든 문제를 나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5. 철학만 있고, 실증이 없는 심리학
파블로프의 개, 스키너의 심리실험 등 여러가지 심리학에 관한 실험들을 익숙하게 들어보았을 것이다. 과학적논문이나 실험에 따른 검증과 같이 심리학에서도 어느정도 실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들러의 심리학은 실증이 아닌 철학의 느낌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마음 문제를 실증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심리학으로써 널리 인정받으려면 어느정도 실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6. 타이밍과 마케팅으로 성공한 책.
프레시안이라는 잡지에서 출판 관계자들이 이 책에 대해 인터뷰한 대담을 읽은 적이 있다. 여기의 대부분 문제제기 이야기도 나오지만 가장 공감갔던 이야기는 마케팅으로 매우 성공한 책이라는 점이다. 베스트셀러 책들을 대부분 그렇지만 말이다. 나는 여기에 덧붙여 우리 사회트렌드가 미움받을 용기가 성공할 만한 시대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 아프니깐 청춘이다를 시작으로 당근과 채찍의 자기계발서가 붐을 이루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프니깐 청춘이다는 지금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당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쓴 조언을 하는 책이었다. 나는 이후 이러한 위로의 자기계발서의 정점을 찍은 책이 미움받을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도 10위권에 계속 있지만, 2016년 이후 자기계발서보다는 에세이형식의 위로와 자존감에 대한 책들이 주를 이루기 시작한다. 즉, 주체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자기계발형식에서 에세이형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시대적 사회트렌드를 잘 캐치하여 전략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성공한 책이라 정의하고 싶다.
여전히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마음의 위로와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지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책들이 진리를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한쪽으로 편향적으로 읽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불편했던 점들을 정리해보았다. 분명 나와 다르게 불편했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다만, 자신만의 주체성을 가지고 책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에서 가장 위로받고 용기를 얻은 것은 다름아닌 "미움받을 용기" 였다. 덕분에 내가 생각하기에 NO인 것을 NO라고 외쳐보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고, 아무리 인터넷을 찾아도 비판을 찾기 어려운 이 책을 비판할 수 있었다. 불편하게 느낀 점을 있는 그래도 불편하다고 말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점에서 이 책에 큰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