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계단"을 읽고
열한 계단을 읽고
채사장판 청춘의 독서를 본 것 같다.
유시민의 청춘시절 자신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책들을 소개한 청춘의 독서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채사장 역시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던 책들을 열한 계단으로 소개하고 있다. 유시민처럼 책을 소개할 수도 있었지만, 채사장은 계단 형식과 함께 정반합의 개념을 도입해서 소개하고 있다. 왜 굳이 열한 계단을 설정하여 책들을 소개하고 있을까?
열한 계단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면, 채사장이라는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서전을 보는 느낌이랄까. 나는 그를 팟캐스트에서 처음 알았고, 열렬히 들었으며, 내가 듣기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되어 팟캐스트가 종료가 되었다. 팟캐스트나 인터뷰에서 채사장의 철학과 생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 대해 알 수는 없었다.
대학생 때, 교내 대외활동 중 자신의 인생그래프를 그려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인생그래프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발표가 시작되고 상대방의 인생을 듣게 되자, 똑같은 인생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친구들의 인생을 알게 되었을 때, 왜 그런 성격인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러면서 내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채사장의 인생을 알게 된 동시에 나의 인생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비록 채사장만큼 굴곡진 삶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 나만의 계단을 걷고 있었다. 그게 설령 이상한 방향으로 뻗어있을 지라도 말이다.
책의 도입부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불편한 책을 읽는 사람, 불편한 세계를 선택하고, 그 불편함을 극복해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중략) 인생이란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영역을 모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은 불편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불편함은 설렌다. 어떤 책 속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당신이 방금 새로운 대륙에 도착했다는 존재론적 신호다. 이제 기존의 세게는 해체될 것이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 더 높은 단계에서 나의 세계가 재구성될 것이다. 하나의 계단을 더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에게 불편함을 권한다.
책의 주요 내용은 채사장이 불편함을 겪으면서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책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궁극적인 목적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 기존의 세계를 무너뜨리며 더 성장하라는 것이다. 병아리가 기존의 알을 깨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듯이 말이다.
한 가지 염두할 점은 책에서 만나게 되는 책들은 채사장의 불편함이다. 누군가는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인생에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나는 곰곰이 인생을 되돌아보며 나만의 불편한 책을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불편할 책들을 찾아보았다. 개인적으로 나만의 불편함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능동적 책 읽기가 이 책에서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채사장의 인생을 엿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공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숨기고 싶은 흑역사나 밝히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기 마련이다. 채사장을 좀 더 알고 싶은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든 교두보이자, 인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선사하며 한 단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준 책이기도 했다.
불편한 지식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보고 싶은 것, 일상의 편안함만 추구하면서, 나는 성장을 바라고만 있던 것은 아닐까.
한쪽으로 편향되어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싸움만이 일어나는 요즘의 행태를 보고 있다면, 나는 더욱더 나와는 반대의 의견, 나에게 불편한 지식들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관심 있는 것만 보여주는 큐레이션을 싫어한다. 나에게 불편한 것들도 보여주는 큐레이션도 필요하지 않을까?
채사장의 열한 계단 책들
1. 문학 - 죄와 벌
2. 기독교 - 신약성서
3. 불교 - 붓다
4. 철학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5. 과학 - 우주
6. 이상 - 체 게바라
7. 현실 - 공산당 선언
8. 삶 - 메르세데스 소사
9. 죽음 - 티베트 사자의 서
10. 나 - 우파니샤드
11. 초월 - 경계를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