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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Aug 15. 2018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독립서점의 현실




"서점의 모든 책은 재고가 된다. 
 자신의 가게를 운영한다는 마음의 부담보다 더욱 무거운 건 실재하는 책의 무게였다. "


16년부터 (아니면 그 전부터) 독립서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나 역시 독립서점을 탐방하고 나만의 서점을 차리는 것을 꿈꾸었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독립서점은 일종의 로망으로 다가왔다. 실재로 16년부터 독립서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특색있는 서점들을 집중조명하기도 했다. 


욜로와 같은 환상이라고 할까. 재벌가로 시집가는 신데렐라같은 느낌일까. 어느덧 독립서점은 나에게 꿈이자 로망으로 다가왔다.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사는 롤모델같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 누구도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가 없었다. 


저자 역시, 그러한 로망과 함께 여행서점 일단멈춤을 열었다. 여행을 자주 하는 베테랑 여행가는 아니었지만, 남들과 조금 특별한 경험을 주기 위해 여행서점이라는 컨셉으로 열었다고 했다. 일단 책방을 열면, 자유로운 삶과 함께 실컷 책을 읽으며 저녁있는 삶을 사는 멋진 삶을 꿈꾸었을 지도 모르겠다. 


주6일, 9시간 이상 근무

매출에 지출을 뺀 순이익 "60~80만원 남짓" 16년 최저임금보다 못한 벌이. 


회사를 나왔다고 해서 자유분방한 삶이 내 품에 와락 안기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멈춤의 안녕을 위해 저녁을 담보로 시간을 빌려쓰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무서울만큼 현실적으로 독립서점의 현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자신의 매출까지 공개할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작가의 서점은 많은 잡지에도 등장했고, 인지도도 높은 독립서점 중 하나였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곳이 책방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로부터 한없이 신뢰를 받고 있다.
책방의 유명세와 부러움의 시선은 내 삶의 질을 조금도 높여주지 않았다.  


독립서점을 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과 더불어 "탐방서점"을 추천합니다. 16년에 주목받던 다른 독립서점들의 현실을 인터뷰했던 책입니다. 무섭도록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2년동안 운영하면서 느낀 저자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차가운 현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역시 이상과 현실은 달랐어. 


"탐방서점"에서 작가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다른 서점의 인터뷰와 달랐던 점은 무언가 초월한 느낌이 들었죠. 마치 모든걸 정리하기 직전의 해탈 같은 느낌이었죠. 최선을 다했지만, 이제는 지쳤어 라는 무언의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인터뷰 이후 오래가지 않아 2016년 8월 31일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가의 폐업이 단순히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어떻든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를 꿈꾸었지만, 서점운영을 하면서 단 한 줄로 쓰지 못했다는 저자는 서점을 그만두고, 무려 3권의 책을 출판합니다. 서점의 실패는 그녀의 도약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하네요. 


다만 요세미티 숲 속에 도착한 뒤 힘껏 달리는데 집중하느라 파란 하늘,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 나란히 달리는 친구들, 다정한 식사를, 일요일 오후를 부디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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