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해외취업 생활기
본래 한국에서 취업 조건은 인턴 후 정규직 전환이었다. 물론 인턴 기간 활동을 심사하여 적합하다 판단하면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 인턴 기간 2개월 동안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정규직 이야기가 인턴기간 종료일이 가까웠는데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사하라고 연락 오더라?"
공장의 부장님이 지나가며 나에게 말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 심사는 계속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나와 함께 온 동기들은 총 5명이었다. 다른 국가에도 진출해있던 기업이었던 터라 라오스, 미얀마 등등 다른 나라로 떠났고, 나는 베트남으로 오게 되었던 것이다. 인턴기간 동안 다른 동기들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었다. 나보다 일찍 인턴기간이 종료되는 동기들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규직 전환이 안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저마다의 이유가 다 있었다. 그렇기에, 나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베트남에 취업하면 베트남에 계속 있어야 해
인턴기간 동안,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한 번 베트남에 취업하면 한국으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또한, 베트남에서의 경력은 한국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근거 있는 이야기보다 소문에 가까웠지만, 소문도 디테일하면 그럴듯해 보이지 않은가. 솔직히 지금도 그 진실은 모르겠다. 다만, 공장의 부장님이 술자리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당시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인턴 종료가 다가오면서 그 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취업하는 것이 맞는 걸까?
아직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레발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지역을 상관하지 말고 일하라 하였고, 누군가는 신입은 한국에서 일하는 게 맞다고 하였다. 베트남에 정말 일하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었던 나에게 베트남에서 계속 커리어가 이어가야 한다는 말이 마음을 흔들었다. 행동하기 전 생각을 많이 하는 성격 탓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취업전쟁에 다시 뛰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가? 베트남에서마저 실패하고 돌아가는 건가... 나는 이곳에서 필요한 사람이 맞는 것일까? 오히려 베트남 직원들보다 못한 존재인가?라는 끊임없는 고민과 불안감으로 인턴 마지막 기간을 보내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지 그전에 회사가 과연 나를 뽑아줄까라는 고민이 함께 내 머리를 어지럽혔다.
베트남에서 만난 형들이나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집에 와서 스카이프로 지인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답이 없었기에 인턴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매번 결론이 났다.
정규직 전환은 종료일 하루 전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사님께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실례라고 생각했지만, 하루를 남기고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 이사님, 정규직 전환은 어떻게 되는가요? "
" 아, 영준 씨. 인턴이 종료되죠?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그렇게 인턴 종료 하루를 남기고 정규직 제안을 받게 되었다. 만족할 만큼의 계약조건은 아니었지만, 나쁜 조건도 아니었다. 더 이상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매번 가던 식당에 주문을 했다. 웨이터는 나보다 어린 친구였는데, 항상 생글생글 웃으며 반겨주었다. 맨날 가서 그런지 이제는 항상 앉는 테이블이 생겼고, 비슷한 메뉴를 시켰고, 직원이 나랑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베트남식 돼지갈비 조림과 스프링롤을 시켰다. 그리고 맥주와 함께. 보통 이렇게 먹으면 한국돈으로 만원 가까이 나오기 때문에 잘 시키지 않던 메뉴였다. 막상 원했던 정규직 제안을 받았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갈등을 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다시 한국에 돌아가 취업전쟁에 뛰어들 자신도 없었다.
결국 나는 정규직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더 이상 취업전쟁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동기도 없이 혼자 온 베트남. 정 붙일 곳이 없이 객지에서 살아가는 것은 나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꾸 숨으려고 했고, 예민했고, 바짝 긴장되어있었다.
그렇게 나는 정규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