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가 기자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이 글은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 시리즈로 기획된 글입니다.
1. 주목받는 새로운 미디어의 특징
2. 주관적인 저널리즘의 방향
3. 여행하는 미디어 Vox Borders (예정)
4. Coming soon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2018년 깜짝 놀랄 사건이 있었다. 테슬라와 우주사업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기자가 아닌 유튜버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다. 유튜버라니!! 불과 2-3년 전만해도 일반인이 유명인사를 인터뷰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유튜브는 급격히 성장하면서 재야고수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고 있었다. 그 영향력은 미디어 못지 않게 커지고 있었다.
기자가 가지지 못한 것. 덕심
오타쿠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서브컬쳐에 심취한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본래의 의미는 특정 분야에 미친듯이 몰두하는 이들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오덕후라고도 불리고 있다. 오타쿠라고 하면 뚱뚱한 몸에 2D애니여자를 좋아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오타쿠는 무언가에 대해 바라는 것 없이 순수히 좋아서 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이돌을 팬질하는 것. 경제경영 이슈를 분석하는 이들, 야구라면 100년전 역사까지 달달 외우는 이들, 이들은 기자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다. 바로 덕심이다. 나는 오타쿠야 말로 순수한 저널리즘에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 아닌가 싶다.
기자들은 덕심이 없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덕심으로 무장한 분들도 계신다. 내가 개인적으로 글을 찾아보는 기자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마감에 쫓기고 자신의 논리보다 신문사의 논리에 맞춰야하고, 편집장의 성향에 맞춰야 한다. 광고주의 입맛대로 글이 변하기도 한다. 우리가 더 이상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해관계가 너무 많은 글이기 때문이다.
기자보다 유튜버를 신뢰하는 사회
반면 덕후들은 어떤가.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자신의 시간과 돈을 쏟아부르며 정보를 생산한다. 칭찬과 비판을 마다하지 않는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껏 소리를 낸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커뮤니티에서 재야고수들이 등장했고, 블로그를 통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튜브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덕후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살 때 언론기사를 보는게 아닌 유튜버의 리뷰를 참고하게 되고, 정치사건이 터지면 신문을 보는게 아닌 덕후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영화 유튜버가 추천한 영화는 입소문이 퍼지며 흥행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새로운 홍보 채널이 만들어지고, 더 이상 신문이나 뉴스 미디어에 정보를 의존하는 세상이 아니게 되었다.
덕후의 기자화
범접할 수 없는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한다. 덕후라는 말의 다른 말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전 분야에 걸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점점 미디어 플랫폼보다 개인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나는 이들이 기자가 되어 미디어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이자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방향이라 생각한다. 물론 제각기 개성이 강한 이들은 하나로 묶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직까지 단점도 많이 존재한다. 그만큼 에디터의 역량과 편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의 퀄리티는 덕심뿐만 아니라 에디터의 편집능력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시도를 하여 성과를 보이는 두 미디어가 있다. 바로 ‘퍼블리’와 ‘북저널리즘’ 이다.
독자가 흥미있는 주제를 펀딩하다. ‘퍼블리’
‘퍼블리’는 시작부터 매우 특이한 형식이었다. 흥미로운 주제들을 독자들이 추천하여 펀딩하는 형식이었다. 일정 펀딩에 성공하면 기사화하는 것이었다. 단순 기사가 아니다. 일종의 보고서다. 여기에는 기자말고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특히, 생각노트처럼 이력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블로그 이력만으로 펀딩에 성공하는 사례도 있다. 기존의 미디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또한 유료화를 통해 남들이 보기 힘든 고급 정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료 구독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걸 퍼블리가 개척한 것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었고, 장점 뿐만 아니라 단점도 존재하지만, 전문가들이 쓰는 기사라는 점에서 나의 저널리즘 방향과 일치했다. 웹과 모바일에 친숙하면서 월정액 구독으로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였다. 그 중에 몇몇은 책으로 출판이 되기도 하였다. 기존 미디어에서는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를 이곳에서는 깊고 속속히 알 수 있다. 덕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작업인데다 알지 못하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블리에 발행한 저자라는 것만으로도 명성을 쌓을 수 있을 만큼 미디어로써 입지를 다졌다.
전문가의 기자화 '북저널리즘'
내가 생각한 방향을 그대로 관통하는 미디어가 있었다. ‘북저널리즘’이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깊이 있는 내용을 빠르게 내놓고 있는 미디어이다. 기자가 없는 대신 전문가들에게 기자를 대신하도록 맡긴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분량으로 빠르게 내놓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에디터들의 편집능력이 돋보인다. 퍼블리와 차이라면 독자들의 흥미보다 사회에 필요한 토픽들을 기획하여 내놓는 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글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북저널리즘은 사회에 필요한 주제라면 매출에 연연하지 않고 내놓는다고 했다.
두 미디어에 조금 더 바라는 점
최근 사회는 갈등이 심하다. 남녀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정치성향간의 갈등. 서로가 자신의 주장만 펼칠 뿐 남의 주장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나는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건 혹은 주장에는 장점과 단점이 항상 존재한다. 기사를 쓰면 전문가들이라도 자신만의 성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나는 한 주제에 장점과 단점 혹은 찬성과 반대 양쪽을 모두 균형있게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주장만 본다면 우리는 한 가지 시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미디어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덕후들은 미디어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 한분야에 미쳐있는 덕후들과 함께 신뢰받는 미디어, 독자들이 찾아오는 미디어가 되는 것을 기대한다.
다음편에서는 특이한 미디어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행하는 미디어 Vox Border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