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미디어를 읽고
모노클과 인터뷰 한 문재인 대통령
2018년 3월 문재인 굿즈에 새로운 상품이 하나 추가되었다. 바로 모노클 한국 특별판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이다. 덕분에 영알못이던 나도 모노클을 구입했었다. (지금은 장식용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미디어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물론 해외에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출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 미디어가 아닌 잡지인 ‘모노클’이었을까?
관련기사: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1421
뉴스를 믿지 못하는 사회, 기자가 기레기로 불리는 사회
한국 언론진흥재단과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에서 2018년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에서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조사 대상 37개국 중 우리나라는 뉴스 신뢰도가 꼴등이라는 것이다. 올해만 그런게 아니라 지난해에 이어 연속 2관왕이다.
뉴스 포털의 댓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기레기’ 이다. 모든 기자들이 기레기가 아닐지라도 사회에서 뉴스를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가짜뉴스가 수면 위로 부각되면서 뉴스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는 것도 모자라 외면 당하고 있다.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849106.html
변하는 세상, 변하지 않는 미디어
우리나라는 1893년 고종에 의해 탄생한 <한성순보> 로 미디어가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계몽의 목적으로 많은 신문들이 탄생하였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자랑하는 미디어도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정작 미디어의 변화는 매우 더디다. 흑백티비가 컬러티비로 바뀌고, 인터넷이 세상을 장악하고, 스마트폰이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품이 될 때까지 미디어는 큰 틀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모습이 조금 바뀌고 플랫폼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틀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형 미디어들도 변신을 시작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너무나 덩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주목받는 대형 신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
북저널리즘이 출판한 미디어의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들이 변화하지 못하고 있을 때 과감히 시대를 주도하는 미디어에 주목했다. 국내외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미디어를 취재하고 인터뷰를 했다. 이 미디어들 속에 미디어가 가야 할 길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도 이 책을 펼치면서 미디어가 가진 문제의 해결책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기 시작했다.
미디어를 하나하나 소개하거나 특정 미디어를 집중적으로 소개하지는 않겠다. 책을 읽어야지만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깊이를 이 짧은 리뷰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책을 덮으면서 느꼈던 미디어들의 공통적인 특징과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해 겉핡기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새로운 기술에 적합한 미디어
잡스가 청바지에서 아이폰을 꺼내들고 원 모얼 띵하던 때가 불과 10여년 전이다. 세상은 10년 전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하였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이다. 그야말로 세상이 뒤엎어진 혁명이었다. 혁신적 변화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미디어는 어떤가? 대응을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조악하기 그지없다. 그저 남들 다하니깐 우리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수준이다. 책에 소개된 미디어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미디어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과 (더 이상 긴글을 읽으려 하지 않는 다거나, 글보다 영상으로 보는 경향이거나 등등 ) 독자 입장에서 깊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인터페이스나 기사 형식들이 특징이다. 스마트폰에 친숙하게 보이거나 영상으로 글에서 주지 못하는 인사이트를 주는 식으로 시대에 맞춰 대응하는 특징을 보였다.
2. 누구에게 팔고 싶은 지 명확하게 안다.
대부분 신문이나 뉴스 매체들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다. 정치적 성향 등 신문의 특유의 색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특정 계층을 타겟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마케팅이나 홍보 역시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게 일반적이다. 옛날 신문 구독하면 자전거를 선물로 준다는 마케팅을 본다면 누구를 위해서 하는 마케팅인지 도저히 몰랐다. 소개되는 미디어들을 보면 자신들이 어떤 타켓들에게 자신들을 팔려하는지 명확하다. 정체성이 명확하니 브랜드가 확립되고, 브랜드가 확립되니 고객들이 견고하게 형성된다. 모노클은 그 중에 가장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3. 기존의 틀을 깬다.
기존의 미디어의 이미지는 어떤가. 1면에 가장 중요한 이슈가 있고, 정치 사회 면이 등장하며 광고도 중간에 들어가고 칼럼이나 사설도 들어가고 스포츠도 마지막에 등장한다. 뉴스 역시 정치사회이슈들이 등장하고 스포츠와 기상예보가 이어진다. 익숙한 미디어의 틀이다. 책에 소개 된 미디어들은 과감히 틀을 깨버린다. 어떤 미디어는 짧은 영상으로 소개하는 미디어가 있는가 하면, 어떤 미디어는 과감히 요약해 짧게 설명하다. 더 알고 싶으면 자세히 보기를 누르면 된다. 중요한 것이 1면으로 올라 오는게 아니라 최근 순으로 올라온다. 기존의 정치 사회 카테고리가 아닌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묶는다. 기자가 아예 없는 미디어도 있다. 그냥 멋있어보이려고 혹은 남들이랑 달라 보이려고 파괴하는 게 아니다. 한 명이라도 더 독자가 재밌고 흥미있게 기사를 읽게 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흔적이다.
But 네이버가 장악한 한국
한국은 구글이 맥을 못추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네이버가 검색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뉴스시장의 알파요 오메가다. 네이버 포털에 노출되는 뉴스 기사는 다른 기사들에 비해 사람들의 노출도 자체가 다르다. 노출되기 위해 모두가 프로듀스101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든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니 과장되고 자극적이고 가쉽거리들이 넘쳐난다. 새로운 혁신적인 미디어가 등장해도 네이버의 노출에 외면을 받으면 성장이 쉽지 않다. 물론 다른 SNS의 플랫폼 덕분에 새로운 미디어들이 주목을 받고 성장을 하고 있지만, 네이버가 장악한 미디어 시장에서 해외의 혁신적인 미디어처럼 성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곧이 곧대로 해외의 성공여부를 한국시장에 대입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의 지역적 특징을 고려하여 미디어가 나아갈 길을 개척해야 한다. 책만 보고 해외는 되는데, 우리나라는 왜 이 모양 이 꼴인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네이버가 장악하고 있는 한 한국에서 성공하는 건 훨씬 더 어렵다.
앞으로 미디어의 방향은?
책을 읽으면서 미디어는 이 방향으로 가야한다! 라고 딱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미디어들이 저마다의 이해관계와 정체성, 가는 방향이 다 달랐기 때문이다. 모노클이 맞는 방향이고 쿼츠는 틀린 방향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틀렸고, 퍼블리는 맞다고도 할 수 없다.
책을 읽고나면 저 마다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렴풋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같은 연극을 봐도 모든 관객이 다르게 보는 <슬립 노 모어> 처럼 각자 다른 방향을 생각할 것이다. 어떤 미디어에 더 혹하기도 어떤 미디어에는 공감을 못 할 수 있다. 자신만의 미디어가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보는 것도 재미가 아닐 까 싶다. 다양성은 진화의 근거가 되고, 변화는 혁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내가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