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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Nov 28. 2018

베트남 우버의 추억

베트남 해외취업 생활기 

베트남 우버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사기였다. 워낙 바가지나 사기를 잘 친다고 하여 베트남 사람이 말하는 것을 통 믿을 수가 없었다. 그중 가장 긴장했던 것은 택시 타기였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데다 호치민 길도 모르니 제대로 가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차선책으로 구글로 주소를 보여주고, 구글 지도를 펼쳐놓은 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에는 우버와 그랩이 있다. 택시 회사가 아닌 일반인이 자신의 자동차를 택시처럼 운영할 수 있다. 물론 많은 베트남 우버나 그랩은 일반인이라기보다 우버가 본업인 사람들이 많다. 나에게 우버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미 미국에서 몇 번 사용해본 터라 이용하는데 큰 문제도 없었고, 무엇보다 신뢰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카드 자동 결제가 가능하여 굳이 돈 가지고 실랑이를 펼치지 않아도 그냥 내리면 알아서 거리에 기반해 결제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2018년 5월부터 우버는 그랩에게 인수되면서 더 이상 동남아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그랩을 이용하면 됩니다. 



택시 바가지 썰 

택시는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타는 편이다. 우버를 타게 되면 필연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발생하는데 보통 5분에서 1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기사가 정확한 위치를 못찾으면 15분이상 걸리기도 했다. 도저히 못찾고 헤매서 내가 취소한 적도 가끔있었다. 우버와 그랩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요. 보통 미리 연락하고 나가는 편이지만 급할 때는 택시를 탔다. 

그날도 회사에서 야근을 해서 저녁 약속에 늦게 되었다. 빨리 가기 위해서 택시를 탔다. 지인이 식당으로 바로 오라고 주소를 보내주었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이었다. 일단 주소를 보여주고 빨리 가달라고 했다. 택시를 타면 항상 구글 맵으로 제대로 가는지 확인한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아닌가? 지도를 살펴보니 빙 둘러가는 길로 갈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물어보자 영어를 전혀 모른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게 아닌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소리를 치면서 구글 맵을 보여주며 항의를 했다. 하지만 택시는 이미 그 도로로 가버렸고, 다시 차를 돌리려면 저 끝까지 가야 했다. 택시 기사는 그저 웃기만 했다. 화 내봤자 득 될 것도 없어서 그냥 체념했다. 8-9만 동정도 나올 거리를 결국 20만 동(만원 정도)이나 내버렸다. 택시를 더욱 불신하게 되는 계기였다. 


우버로 돈 환불받은 썰 

그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우버를 불렀다. 우버에 내 위치가 뜨지만, GPS가 정확한 위치를 잡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기사가 전화를 해서 정확한 위치를 물어본다. 그날도 내 위치를 설명했다. 베트남어가 어눌하여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매번 타던 장소도 아니라서 더욱 설명이 힘들었다. 한 참을 찾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운행 중으로 바뀌었다. 내가 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화가 나서 취소를 눌러버리고, 고객센터에 이야기를 했다. 고객센터는 유창한 영어를 하는 분이셨다. 이미 20분 넘게 기다린 데다 돈까지 청구되어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었다. 격앙되어서 그런지 영어가 속사포로 터져 나왔다. 화난 상태로 영어 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말이 이해가 되었는지 고객센터에서는 환불은 하기 힘들고, 포인트로 대신해주겠다고 하였다. 

그 이후 일부로 길을 돌아가서 돈을 더 청구하게 하거나 (정말 가끔 있습니다.) 고객센터에 항의할 일이 있을 경우 지체 없이 이야기했다. 우버와 그랩 둘 다 항의를 해본 결과 매우 빠르게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택시를 더욱 안 타게 되는 이유도 고객 서비스의 차이도 있었다. 



우버가 항상 싼 건 아니랍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성당 청년회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우버를 불렀다. 그런데 2-3배 이상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게 아닌가? 우버는 교통혼잡 상황과 우버 수요량에 맞춰 가격을 수시로 조정한다. 다시 말해서 차가 많이 막히거나 해당 지역 수요가 폭발하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미 택시보다 몇 배나 비쌌다. 비가 많이 오니 다들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웃돈을 줘도 우버 잡기가 힘들었다. 택시 역시 잡기 힘들었다. 결국 몇 배나 비싸게 우버를 타고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가격 변동이 심하니 꼭 예상 가격을 체크하고 타기 바란다. 항상 싼 건 아니랍니다. 


시내에서 편리한 우버 오토바이 

호찌민 1군은 오래된 도시이다. 폭발하는 교통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항상 혼잡하다. 특히 출퇴근 시간은 지옥 수준이다. 1군에서 택시를 탔다가는 걸어가는 게 더 빠를 수 있을 정도다. 그럴 경우에 오토바이가 있다. 먼저 가격이 매우 착하다. 1만 동(500원)부터 시작하는데 웬만한 1군 내는 2-3만 동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가격이 착해서 혼자 이동할 때는 오토바이를 애용했다. 다만, 심각한 매연으로 오토바이 탄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전에는 쎄옴이라는 오토바이 택시가 성업했지만 그랩과 우버가 시장을 바꿔버렸다. 쎄옴의 경우 직접 가격협상을 해야 해서 지리를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매우 불리하다. 우버나 그랩은 딱 거리만큼 돈이 나오기 때문에 걱정 없다. 베트남은 오토바이를 탈 경우 꼭 헬멧을 써야 한다. 우버나 그랩을 탈 때 기사가 주는 헬멧을 꼭 쓰도록 하자. 다들 자전거 헬멧 수준이지만... 



우버보다 그랩 

나는 우버가 훨씬 편했기 때문에 우버를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우버보단 그랩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둘 다 사용했을 때 금액차이는 거의 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UI 편의성은 우버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둘 다 경쟁적으로 할인쿠폰을 뿌렸기에 그날그날 할인에 맞게 이용했다. 지금은 우버가 철수했기에 이전처럼 할인 폭탄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왜 우버보다 그랩일까? 정확한 이유를 찾지는 못했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어보면 우버보다 그랩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느꼈다. 규모면에서도 그랩이 우버보다 훨씬 많았다. 점유 율면에서는 그랩이 우버를 압도하고 있었다. 왜인지 몰라도 그랩이 우버보다 더 싸다는 인식도 있었다. 


그랩 세상이 된 베트남 

18년, 그랩이 우버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우버가 철수한 것이다. 17년 베트남에 있으면서 우버를 애용했던 나에게 매우 아쉬운 소식이었다. 다시 베트남을 가면 그랩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로 치킨게임을 했다. 거의 365일 할인쿠폰을 경쟁적으로 뿌렸다. 우버는 낮은 점유율을 어떻게든 끌어올리려고 했을 것이다. 치킨게임의 승자는 그랩이었고 이후 그랩이 어떤 행보를 걸을지 모르겠다. 우버와 치열하게 시장 경쟁을 할 때보다는 사용자들에게 혜택이 덜 들어가지 않을까.. 그랩의 인수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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