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일, 암스테르담에서 한 남성이 이슬람주의자 모하마드 부바리에 의해 살해되었다. 길거리에서 처참한 죽임을 당한 그는 영화감독이었다. 나는 그가 제작한 단편 영화 <복종 (Submission)>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무슬림 사회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성 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였다.
영화는 무슬림 여인의 독백으로 그녀들이 당한 구타와 학대 등 험난한 삶을 고발했다. 여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몸을 가리는 ‘차도르’를 착용했다. 그런데 그녀는 나체였고 차도르를 입었음에도 속이 훤히 다 비쳤다. 이슬람주의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부분은 바로 여인의 몸에 적혀 있는 이슬람교의 경전 쿠란(Quran)의 문구였다.
영화가 세상에 나온 이후 영화감독에게 끝없이 날아드는 협박과 압박.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했다. 그는 예술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았다. 불행하게도 그는 47세의 나이에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이 영화감독의 이름은 바로 테오 반 고흐(Theo Van Gogh, 1957-2004)였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 이름 반 고흐(Van Gogh). 그렇다. 그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동생 테오 반 고흐(Theo van Gogh, 1857년 5월 1일-1891년 1월 25일)의 후손이었다.
현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년 3월 30일-1890년 7월 29일). 화가는 그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800 통이 넘는 편지를 남겼다. 그 편지 속에는 두 형제의 사랑과 예술에 대한 열정 그리고 화가가 겪었던 정신적 고뇌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편지를 통해 화가가 얼마나 동생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동생에게 600 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며 남달랐던 형제애를 표현했고 또 자신이 화가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끊임없는 재정적 지원도 요구했다.
화가는 발작 증세를 보이는 병에 시달렸고 동생은 그런 형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봐야 했다. 그뿐만 아니다. 고갱과 싸운 후 자신의 귀를 자를 정도로 괴팍한 성격을 지닌 형을 다독인 사람도 바로 동생이었다. 그렇게 형의 모든 것을 포용하려고 노력한 동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삶 자체가 고통스러웠던 형은 1890년 7월 29일, 37세의 나이에 자살했다.
당시 동생 테오는 1년 전에 결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갓 태어난 아들의 아버지였다. 가장 행복해야 할 그 시기에 그는 형을 잃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6개월 후, 그 또한 바이러스로 인한 마비성 치매(dementia paralytica)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는 겨우 34세였다. 직업이 미술상이었던 그는 아내에게 그동안 모은 그림 컬렉션을 남겼다. 남편을 잃고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며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일을 시작한 그녀(Johanna)의 나이는 겨우 29세였다.
그리고 2004년 11월 2일, 암스테르담에서 죽임을 당한 영화감독은 그때 그 어린 아들(Vincent Willem, 1890년 1월 31일)의 손자였다.
참 슬픈 운명의 반 고흐 가족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