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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Massart May 09. 2022

해바라기의 간절한 마음

Y. Y. Massart, <5월 어느 날, 당신을 향한 해바라기>, 2022년 5월



채도가 가장 높은 노란색은 스펙트럼에서 다른 색들보다 가장 밝게 빛나는 색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노란색을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의 빛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태양빛은 사실 무색이기 때문이다.


노란색은 따뜻하다. 사방으로 반사되는 노란색은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노랑은 즐거운 색이다. 미소가 머문 환한 얼굴처럼 빛나는 색이다. 명랑하고, 쾌활한 색이다. 비관주의자들에게 필요한 낙관적인 성격을 띤 색이 바로 노란색이다. 괴테는 <색채론>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따뜻한 느낌은 우리가 황색 유리를 통해서 특히 흐린 겨울날 바깥 풍경을 볼 때 가장 선명하게 받을 수 있다. 눈은 만족을 얻고 가슴은 널리 펼쳐지며 마음은 가벼워지면서, 일종의 온기가 순식간에 불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노란색 하면 떠오르는 화가가 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이다. 태양빛의 노랑으로 화면을 뜨겁게 달구는 반 고흐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그림은 아마도 <해바라기> 일 것이다. 그가 커다란 해바라기 꽃을 그리게 된 이유는 1888년 8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나와 있다.


“고갱과 함께 우리들의 작업실에서 살게 된다고 생각하니 작업실을 장식하고 싶어 졌거든. 오직 커다란 해바라기로만 말이다. 네 가게 옆에 있는 레스토랑이 아주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는 걸 너도 알겠지. 나는 그곳 창문에 있던 커다란 해바라기를 늘 기억하고 있다.”


화면을 보자. 큼직큼직한 해바라기가 탐스럽게 화면을 가득 메웠다. 노란색의 물결이 가득한 화면의 구성이 참으로 간단명료하다. 그 속에 해바라기는 꿈틀거리는 몸짓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강렬하게 꽃의 내면으로 끌어당긴다. 강렬한 태양의 빛처럼 강한 노란빛을 품은 해바라기는 태양의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비록 화병이란 좁은 공간 안에 꼼짝없이 잡혀있는 처지일지라도 꽃들의 참된 삶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화가는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노란 해바라기에는 재미있는 탄생 신화가 있다. 그리고 그 신화의 남주인공 역을 맡은 아폴론을 상징하는 색 역시 노란색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태양의 신 아폴론에게는 따르는 여인들이 많았다. 그중 아폴론을 열렬히 사랑하는 여인은 바로 물의 님프 클뤼티에였다. 아폴론을 다른 여인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할 정도로 그녀의 사랑은 애절했다.


그렇게 불안에 떨고만 있던 그녀에게 결국은 불행이 닥치고 만다. 아폴론이 레우코테아라는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시기와 질투에 눈이 먼 클뤼티에는 자신의 경쟁자에 관한 간통 사건을 널리 알려 그녀의 아버지의 귀에 이 사실을 들어가게 한다. 화가 난 레우코테아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추궁했고, 겁에 질린 레우코테아는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닌 태양의 신이 자기를 폭행한 것이라고 둘러대지만, 결국 산채로 매장당한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여인을 잃게 된 아폴론은 클뤼티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클뤼티에의 사랑은 불타올라 재가 되어버릴 정도였다. 사랑을 갈망하는 클뤼티에를 아폴론은 끝까지 받아주지 않는다.


태양의 신 아폴론은 매일 해가 뜨는 동쪽에서 나타나 해가 지는 서쪽으로 사라진다. 그녀는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잠시라도 보고픈 마음에 하루 종일 태양의 행로를 쳐다보며 서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야속하기만 한 태양의 신 아폴론이었다.


마침내 지치고 지친 그녀의 몸은 한 송이의 꽃으로 변신하게 되는 데, 꽃이 되어서도 그녀는 여전히 아폴론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을 기려 사람들은 그 꽃을 해바라기라 부른다. 오늘도 해바라기는 태양을 향해서만 고개를 돌린다.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기 위한 유일한 열망으로. (책 <색깔이 속삭이는 그림>에서)


오늘 나는 그림을 그리다 문뜩 해바라기의 사랑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잠시라도 보고픈 해바라기의 마음. 그 해바라기의 간절한 마음을 공감하는 나는 나의 삶을 노란빛으로 찬란하게 빛내 준 남편이 보고 싶어 고개를 든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 있는지?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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