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토스카>는 인간의 질투심과 탐욕, 권력으로 변질된 사랑의 어두운 이면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자코사가 쓴 대본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는 19세기 프랑스의 극작가 빅토리앙 사르두(Victorien Sardou, 1831-1908)가 명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위해 쓴 7편의 희곡 중 대표작인 <토스카>를 토대로 한 것이다. 사르두의 희곡 자체가 표절 시비에 말려 문제가 많았는데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그에게 파격적인 원작료를 인세로 지불해야 했으며, 원작을 크게 수정하지 못하게 한 사르두와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토스카>를 창조해냈다. <토스카>는 베리스모 오페라(Verismo Opera)로 매우 사실적인 내용과 가사를 담고 있다.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던 그랑기뇰(Grand Guignol) 즉, 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한 공포를 자극하는 기법을 음악 안에 절묘하게 녹여내었고 각 등장인물의 테마가 되는 라이트모티브(Leitmotiv)는 극의 몰입을 돕는다. 전쟁의 어수선한 배경을 바탕으로 권력의 음모에 빠진 두 예술가의 이야기는 비극적이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오페라 <토스카> 중 등장인물인 스카르피아는 정말 치졸하고 한 마디로 찌질한 악인의 전형이다. 흠모하는 여인을 가로채고자 거짓을 밀고해서 둘의 사이를 떼어놓으려는 그런 심보를 가진 사람이 사랑을 쟁취한들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약한 음모는 둘째치고 한 발 더 나아가 토스카의 마음을 이용해 겁박을 하고 결국 잔인한 계획까지 세운다. 스카르피아는 아마도 자존감이 바닥인데다 경계선 인격 장애를 지닌 인물로 분석된다. 어린 시절 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토스카>를 감상하는 내내 그를 향한 작은 연민이라도 품어보려 했지만, 사람은 생각만큼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귓가를 울린다. 스카르피아는 결국 사랑하는 토스카의 칼에 찔려 최후를 맞는다.
소유나 집착을 향한 욕망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 그러면 그렇게나 극단적인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인생만사 내 뜻대로 되는 것보다 안 되는 일들이 더 많듯이 살다 보면 사랑에 실패할 수도 있고, 어떤 것은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여유와 유연함이 필요할 것 같다. 평생토록 나와 가장 친밀하게 깊은 신뢰를 가지고 가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니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일랑 미련 없이 보내주자. 떠난 기차 바라보며 넋 놓고 있을 시간에 나의 발전과 건강,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느 순간 다음 기차도 오기 마련이다. 다음 기차가 안 오면? 그동안 발전하고 단단해진 시간을 발판 삼아 나하고 둘이서 잘 먹고 잘 누리고 즐겁게 살면 된다. 둘이라고 외롭지 않으리란 법도 없고 혼자라고 해서 꼭 외로운 것도 아니니까.
[제1막]
1800년 로마. 정치범으로 수배된 전 로마공화국의 집정관 안젤로티 Angelotti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 화가인 친구 마리오 카바라도시 Mario Cavaradossi가 작업을 하고 있는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 San Andrea della Valle 성당으로 숨어든다. 카바라도시는 성모마리아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한다. 카바라도시는 자지가 그리는 성모마리아의 모습이 눈이나 머리 색깔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지만, 사랑하는 플로라 토스카 Flora Tosca와 어쩐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오묘한 조화'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카바라도시는 자신을 찾아 성당으로 피신 온 친구 안젤로티를 숨겨준다. 마침 토스카가 카바라도시를 만나러 성당으로 들어선다. 그녀는 성모의 모델이 누구냐고 따지면서 은근히 질투심을 보인다. 카바라도시와 토스카가 멋진 이중창을 부른다. 카바라도시는 토스카에게 '그 누구도 당신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고 말해주자 그제야 토스카의 마음이 누그러진다.
성당에서는 합창단이 한창 연습 중이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스카르피아 Scarpia 일행 때문에 연습이 중단된다. 스카르피아 남작은 경시총감으로, 악랄하고 잔혹하여 치사하고 비열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스카르피아는 도망자를 어디에 숨겼냐고 추궁하지만 의리 있는 카바라도시는 함구한다. 한편 오래전부터 미모의 토스카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스카르피아에게 카바라도시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경시총감은 토스카의 마음을 카바라도시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카바라도시가 어떤 미모의 여자와 은밀한 관계라고 귀띔한다. 토스카는 울음을 터뜨리며 뛰쳐나간다. 그녀가 나가자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범인 은닉 혐의로 체포해 연행한다. 성당합창단이 장엄한 테데움 Te deum을 부르는 가운데 1막의 막이 내린다.
[제2막]
경시총감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가둔 뒤 어떻게 하면 토스카에 대한 야욕을 채울 수 있을지 궁리한다.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에게 편지를 보내 카바라도시가 걱정되면 경시청으로 찾아오라고 한다. 미끼를 던진 것이다. 걱정이 태산 같던 토스카가 허겁지겁 달려온다. 경시총감실 옆방에서 카바라도시를 잔인하게 고문하고 있다. 토스카는 사랑하는 사람이 지르는 비명 소리에 넋이 나갈 지경이다. 스카르피아는 '때는 바로 이때다!'라면서 도망자가 어디 숨었는지 말하면 남자 친구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토스카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도망자가 숨어 있는 장소를 말한다. 이 사실을 안 카바라도시는 친구가 붙잡혀 처형당할 것을 생각하고는 토스카를 원망한다.
경시총감은 카바라도시의 범인은닉죄가 확실히 드러나자 이참에 눈엣가시를 제거하고자 총살을 명한다. 이 소리를 들은 토스카는 충격을 받아 카바라도시를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스카르피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기와 하룻밤을 보내면 남자 친구를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토스카는 운명의 장난을 한탄하며 유명한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른다. '예술을 좋아하고 남을 도와주기를 좋아하며 신을 열심히 섬겼는데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라는 내용의 아리아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시를 살리기 위해 스카르피아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스카르피아는 이미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으므로 부하들에게 가짜 총알을 쏘도록 지시하겠다고 말하면서, 총소리가 나면 일단 쓰러졌다가 사형집행관들이 나간 뒤 데려오면 된다고 말해준다. 탐욕에 넘치는 스카르피아가 토스카를 범하려고 다가서자 토스카는 '안 돼!'라고 외치며 책상 위에 있던 칼을 집어 스카르피아를 찌른다. 정신을 차린 토스카는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진다. 그녀는 경시총감 스카르피아의 시신 옆에 촛불을 가져다 놓고 성호를 그은 뒤 서둘러 카바라도시를 만나러 나간다. 한편 도망자 안젤로티는 믿었던 친구가 자신을 밀고했다고 생각해 체포되기 직전 자살한다.
[제3막]
교도소 간수가 카바라도시에게 한 시간 뒤 처형된다고 알려준다. 지옥에서 탈출한 토스카가 묶여 있는 카바라도시에게 형을 집행할 때 가짜 총알을 사용한다고 했으니 총소리가 나면 그저 죽은 듯 쓰러져 있으라고 당부한다. 카바라도시가 사형집행관 앞에 선다. 토스카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총성이 울린다.
쓰러진 카바라도시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진짜 총알에 맞은 것이다. 스카르피아가 거짓말을 한 것을 깨달은 토스카가 분노와 허탈, 절망에 떨고 있을 때 경시총감 살해를 알게 된 경찰이 토스카를 잡으러 달려온다. 이제 토스카의 운명은 궁지에 몰린다. 그녀는 교도소 지붕에서 뛰어내려 꽃다운 생을 마감한다.
오페라 내용 참조: 백남옥,《OPERA 366백남옥》, 한울아카데미(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