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완성되면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작품 사진 촬영이다. 작품이 건조가 어느 정도 되면 촬영을 한다. 작품이 완전히 마른 다음에 사진을 찍는 것이 안전하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너무 추운 탓에 작품 건조가 느려서 표면만 적당히 말랐으면 촬영했다.
하필 작품 촬영을 계획한 이번 주는 한파 기간이다. 최고 온도가 0도를 넘지 않는, 손끝이 아릴 정도의 날씨다. 이런 날씨에도 지난달에 했던 작품들을 촬영해야 했고 총 10점이었다. 혹독할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미루면 다음 작품을 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꼭 해야만 했다(촬영과 포장을 미루면 더 이상 작품을 걸어둘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작품을 하나씩 옮겨 사진을 찍고 다시 들고 올라오기를 무한 반복해야만 했다. 다행인 건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라 계단으로 작품을 옮기지 않아도 됐다는 점. 나는 소중한 작품이 행여라도 어디에 긁히기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 조심히 작품을 옮겼다. 어깨에는 카메라를 둘러맨 채, 양손에 작은 캔버스 하나씩, 혹은 양손으로 큰 캔버스 하나를 붙잡고 밖으로 그림들을 옮겼다.
작품을 벽에 세워두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너무 춥다’였다. 몸을 둔하게 만드는 겉옷은 벗어두고 목도리만 두르고 나왔더니 살을 파고드는 추위에 맞서야 했다. 하지만 나는 사진을 찍어야 했고 몇 장의 사진을 급하게 찍고 작업실로 급하게 돌아갔다. 예상했던 결과이긴 하지만 너무 환한 햇빛 때문에 조금 덜 마른 그림들은 햇볕을 뱉어내고 있었다. 결국 나는 다음으로 촬영을 미뤄야 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인이 맑은 날 대낮의 그늘은 촬영하기에 좋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다시 그림들을 옮기고(이번엔 그늘로) 촬영을 했다. 찍은 사진들은 그늘의 푸른 끼와 어둠이 섞여 나오긴 했지만 적당한 후보정으로 살릴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포토샵을 열었고 눈으로 그림의 색을 따라가며 촬영을 마무리 지었다.
햇살이 좋은 날, 촬영을 위해 바깥으로 나간다. 실내에서는 빛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가 천장의 조명이 반사되기 때문이다. 사진 찍기 가장 좋은 날은 맑은 날, 해가 너무 세지 않을 때. 해가 너무 세면 작품 표면이 반사되고, 너무 없으면 색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작품이 건조되면 호시탐탐 맑은 날을 노린다.
작업실에서 작품을 빼서 나오고, 적당한 곳에 작품을 둔다. 그리고는 카메라의 조리개를 좁혀 최대한 포커스 아웃이 없도록 설정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최대한 줌을 당겨서 찍는 것이다. 줌-인을 하지 않고 가까이에서 찍으면 카메라 렌즈 왜곡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멀리서 최대한으로 줌을 당겨 찍는 편이다.
작품을 우선 다 촬영하고 나면 바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곳곳에 세워두는데, 촬영 후반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SD카드를 노트북에 꽂고 찍은 사진들을 살펴본다. 초점이 나간 것, 색이 날아간 것, 디테일이 안 잡힌 것 등 별로인 것들을 추려낸다. 여러 사진들 중에 가장 괜찮은 사진을 고르고 실제 작품을 보면서 최대한 유사하게 색보정을 한다.
나는 혼자서 작품을 들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촬영하기 때문에 쌓아두었던 작품 수가 많을수록 촬영하는 데만 진이 빠지기도 한다. 실제로 어제도 그랬고, 어제는 하루종일 촬영하고 후보정을 한 것이 전부다. 작품 촬영은 꽤 귀찮은 일이지만 내 작품을 보여주는 과정이기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기적으로 촬영한다. 나의 작품이 잘 보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