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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Sep 16. 2020

가장 오래된 성경과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가장 오래된 성경과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런던의 킹스크로스(Kingscross)에는 브리티시 라이브러리(British Library)가 있습니다. 비좁은 도심에 작은 건물이 빼곡히 들어찬 런던에서 보기 드문 형태의 초대형 건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2억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영국박물관에 있던 장서를 분리해서 영국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이 곳에서 마르크스, 레닌, 간디, 쑨원, 버지니아 울프, 아서 코난 도일, 마크 트웨인 등의 손 떼가 묻은 책을 빌려 볼 수 있습니다. 앉아서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많습니다. 일층에서 열람증을 만들고 난 후에, 열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책의 대부분은 지하에 보관되어 있고 열람을 신청하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열람 창구로 옵니다.



영국도서관은 전 세계의 희귀본 고서적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코덱스 시나이티쿠스(Codex Sinaiticus)가 대표적입니다. AD33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성경은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는 신약 성경 중에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구약 부분은 상당 부분이 분실되었습니다. 코덱스 바티카누스(Codex Vaticanus)와 코덱스 알렉산드리누스(Codex Alexandrinus)와 함께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성경 사본입니다. 양피에 정교하게 그리스어 대문자로 적혀 있습니다. 책의 재질과 글자체가 대단히 세련되었습니다.



독일 학자가 최초로 시나이 반도에서 그 가치를 알아보고 몇 페이지를 독일로 가져갔고, 후에 러시아 사제가 돈을 주고 사서 페테르부르크로 가져가 러시아 황제에게 선물했습니다. 러시아 황제는 가치를 잘 몰랐고, 페테르부르크 박물관에 전시했습니다. 1933년에 스탈린이 경제개발계획을 실행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에 단돈 십만 파운드에 팔았습니다. 지금 돈으로 110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런던의 웬만한 주택이 그 정도 하니까 ‘단돈’이라는 표현이 맞는 셈입니다.


20세기 초반 페테르부르크에는 가장 오래된 쿠란인 사마르칸트 쿠란도 있었습니다. 7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입니다. 14세기 티무르 제국의 아무르 티무르가 중동 지역을 정복하고 사마르칸트로 가져온 것을 제정 러시아가 중앙아시아를 정복하면서 페테르부르크로 가져갔습니다. 혁명 후에 레닌은 반혁명 분위기가 강했던 러시아 이슬람 세력을 달래기 위해 이 쿠란을 우파(Ufa)로 보냈습니다. 레닌 사후 스탈린은 사마르칸트 사본을 우즈베키스탄에 돌려줬습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팔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지금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있습니다.



코덱스 시나이티쿠스 옆에는 코덱스 알렉산드리누스도 있습니다. 시나이티쿠스와 비슷한 재질에 비슷한 글자체로 적혀 있으며, 시기는 AD400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코덱스 바티카누스와 코덱스 시나이티쿠스 대비 시기는 조금 늦지만 구약과 신약 전체가 완벽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는 성경입니다.

그 뒤편에는 틴데일 영어 성경이 있습니다. 틴데일이 박해를 피해 지금의 벨기에 안트베르프에 가서 성경을 영어로 번역 출판하고 비밀리에 영국으로 보냈습니다. 지금처럼 휴대하기 쉬운 사이즈로 만들어진 최초의 성경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 번역본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어 참수를 당했습니다. 대부분의 틴데일 영어 성경은 헨리 8세에 의해 압수되어 불에 태워졌습니다. 브리티시 라이브러리가 보유하고 있는 틴데일 성경은 헨리 8세의 두 번째 부인이자,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어머니였던 앤 보일린(Anne Boleyn)이 보유하고 있던 것입니다. 앤 보일린은 여러 모로 왕의 뜻을 거역한 모양입니다. 성경을 고이 간직한 믿음이 천국에서 해 같이 빛나기를 바랍니다.

같은 전시실에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도 있습니다. 마그나 카르타는 13개 이상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에 네 개가 남아 있습니다. 솔즈베리 대성당에 하나, 링컨 캐슬에 하나, 브리티시 라이브러리에 두 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링컨 캐슬 보유 분은 제가 직접 보지 못했는데, 제가 본 세 개는 모두 재질 및 형식이 달랐습니다. 성경이나 쿠란과 같이 신성한 영역이 아니었기에 되는 대로 여러 사람이 여러 장의 필사본을 만든 모양입니다. 그리고 솔즈베리 본은 사진 촬영이 안되는데,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본은 자유롭게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영국박물관은 가도 영국도서관은 잘 안 가보는 경우가 많은데 꼭 가봐야 할 곳입니다. 해리포터 플랫폼은 가보면서도 바로 옆에 있는 브리티시 라이브러리를 패스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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