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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Sep 25. 2020

바다에는 인권이 없다

런던 라이프

바다에는 인권이 없다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우리 국민이 표류하다가 북한군에게 총격을 받고 사망한 후에 불에 태워졌다. 다른 것을 떠나 바다에서 벌였을 그 사투가 안타깝다. 월북이든 아니든 바다에서 표류하는 민간인을 표류 상태에서 사살하여 불태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불가촉의 역병으로 생각하고 있는 무지와 본 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북한식 야만이 합해졌다. 바닷물은 무척 차가웠을 것이다. 그는 다시 한번 바다의 비정함을 깨달았을 것이고, 평생 바다 일을 한 것을 후회했을 것이다.

배에 인권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바다에는 언제나 인권이 없다. 바다는 외로움이고 격랑이며 경계이고 장벽이다.


프랑스의 칼레에 도버해협을 건너서 영국에 오려는 난민들이 텐트를 치고 거주하고 있다. 기회를 보다가 자그마한 동력 보트에 10명 20명씩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려고 시도한다. 어느 난민은 50번을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고, 51번째 시도하는 중에 타임지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영국에 가야 하고, 수영을 해서라도 꼭 갈 것이다.’ 도버해협은 33km로 짧아서 영국과 프랑스 해변에서 반대편 하얀 절벽을 육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지난 화요일 하루에만 26개의 보트에 393명의 난민이 도버해협을 건너다가 적발되었다. 지난 한 달간 1880명이 발각되었고, 올해에만 6천 명이 발각되었다. 그날에 도버해협을 건너려는 시도가 유독 많았던 이유는 일기예보상 수요일부터는 기온이 하락하여 바다를 건너려는 시도가 무모해지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인권을 모른다. 바다가 그걸 안다면 바람도 서풍으로 불게 할 것이고, 바다 물도 차갑지 않게 만들 것이겠으며, 때로는 홍해처럼 갈라지기도 할 것이다.



영국은 예전부터 난민에게 호의적이었다. 난민을 받아서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 현재 영국 망명 신청자는 11만 명이 넘는다. 북한 난민도 천명 정도 받았다. 그들은 영국 정부로부터 주택과 생활비를 지급받고 영국에 정착해서 잘 살고 있다. 지금은 북한 난민을 받지 않는다. 북한 난민 신청자를 포함해서 난민 신청자의 상당수가 실질적 난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프랑스 칼레에서 도버해협을 건너는 사람들은 난민 신청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들은 대기하고 있는 11만 명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난민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곳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한다. 프랑스 칼레에 있는 사람들 상당수는 이미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에 거주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며, 프랑스 독일 벨기에는 영국만큼 안전하거나, 어쩌면 더 안전하다.



그들은 왜 영국에 오려고 할까? 영국인들은 속으로는 그만큼 영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방증이며, 영국에는 인종차별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민자에게는 실제로 영국이 더 좋은 나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영국이 은연중에 가지고 있어야 할 자랑거리는 아니다.

영국은 한때나마 세계를 영국식으로 만들어 놓았고, 그래서 많은 난민이 영국적인 시스템에 더 익숙하다. 난민이 영국을 희망하는 것을 영국은 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영국에게 일부나마 책임의 있음을 깨달아야 하지만, 그걸 깨닫고 있는 사람은 소수다. 다른 한편으로 영국도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난민을 받는 것이 빡빡하다.

결국 난민이 선택하는 것은 차가운 바다다. 도버를 건너려고 했던 393명의 난민 중에는 만삭의 임산부도 있었다. 언젠가는 바다에서 비극적인 희생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차가운 바다에서 발생한 비극으로 망명 쿼터가 조금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다에는 인권이 없지만, 바다에서 희생되거나 사투를 버리는 사람에게는 인권이 있다.

월북이든 월북이 아니든, 코로나 환자이든 환자가 아니든 간에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에게 총격을 가하고 불에 태운다는 것은 남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해 불가다. 사살하기 전에 북한군은 북한의 권력 상층부와 교신을 했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차가운 바다와 같다. 날씨가 추워지면 더욱 살 길이 난망한 그런 추운 바다다. ‘북한 사람 모두가 차가운 바다에 떠 있는 난민과 같다’고 북한은 스스로 선포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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