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라이프
해상 풍력 발전 - 바람이 가져오는 미래
올여름에 여러 차례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카누스티, 도녹, 툰버리 등에서 골프를 쳤다. 처음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주기를 바랐다. 그래야 제대로 된 스코틀랜드 링크스 골프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씨를 바란다’고 하니 동반자가 이상한 놈이라는 투로 쳐다보았다. 바람대로 카누스티에서는 바람이 엄청 불었는데, 세 홀 지나니까 바람이라고 하면 이가 갈렸다. 스윙이 바람을 타면, 모든 샷이 잘 되지 않는다. 심지어 퍼팅마저도.
보리스 존슨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가 있다면, 영국에는 바람이 있다’라며, 영국이 풍력 발전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어찌 보면 과장되어 보이지만, 다시 생각하면 헛되지 않을 미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2030년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해상 풍력 발전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청소기, 세탁기, 식기 세척기, 난방기, 전기차 등이 모두 바람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영국은 바람의 나라임을 강조했다.
현재는 육상 및 해상 풍력 발전이 전체 전기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에 해상 풍력 발전은 1GW였는데 현재는 10GW로 열배 증가했다. 9년 2개월만에 40GW까지 증가시켜 해상 풍력 발전만으로 모든 가정용 전기를 충당할 것이다. 다소 공격적인 목표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가정의 전력 사용량도 늘어날 것이다.
유럽 각국이 비슷하지만, 영국은 2035년부터는 휘발유 및 디젤차의 신차 판매가 금지된다. 심지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도 금지된다. 오로지 순수 전기차만 차량 등록이 가능해진다. 2019년에 영국에서 신규로 팔린 자동차는 2백3십만대다. 그중에 전기차는 총 37,850대에 불과하다. 2035년에는 2백3십만 대가 모두 전기차가 될 것이다.
2050년에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도 모두 금지될 전망이다. 70년 된 빈티지 차 애호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영국은 빈티지 전통을 단칼에 잘라 낼 수 있을까? 아마 빈티지 차량 특별 등록제를 도입하여 세금을 더 내는 조건으로 허용해 줄지도 모른다. 아니면 황당하게 연금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허용해 줄 지도? 빈티지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비즈니스도 생길 것이다.
왜 하필이면 해상 풍력 발전일까? 육상 풍력 발전은 경관의 문제와 소음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주민과의 마찰도 있어서 규모를 쉽게 늘릴 수 없다. 해상 풍력 발전은 그런 면에서 자유롭다. 풍차의 날개를 얼마든지 크게 만들 수 있어서 더 효율적이다.
바람이 가져오는 미래, 바람이 가져오는 이산화탄소 저 배출 사회는 자동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7천대의 차량을 싣고 대서양을 건널 수 있는 풍력 화물선인 오션버드(Ocean Bird)가 2024년에 운행을 개시할 예정이다. 어딘가에서는 풍력으로 가는 비행기가 연구되고 있을 것이다.
대학시절 남들 데모하러 다닐 때, 바람만 불면 흥분하여 한강으로 달려가는 형이 있었다. 윈드 서핑을 즐기는 선배였다. 바람이 불면 벼가 넘어질까, 고추대가 쓰러질까, 비닐하우스가 날아갈까를 고민하며 자랐던 나에게는 아주 생각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이제 바람이 불면 배터리에 전기 쌓이는 것이 흐뭇해지는 시대가 왔다. 그 시대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는 풍력 발전과 관련한 기업을 발굴하여 투자를 좀 해야겠다. 테슬라의 상승에 올라타지 못한 한 풀이를 어딘가서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바람 부는 것을 탓하는 골퍼의 삶보다는 바람 불면 흐뭇해지는 투자자 삶이 더 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세일링 요트도 뭐 괜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