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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Oct 15. 2020

유승준의 업적과 전가의 보도

런던 라이프

유승준의 업적과 전가의 보도


유승준의 업적은 두 가지에서 두드러진다. 그 업적은 보기에 따라서는 큰 상을 받을만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첫째는 군대를 깔끔하게 다녀오는 것이 좋다는 교훈이다. 군대 피하려고 했다가 인생 꼬이는 사례를 실감 나게 보여 주었다. 연예인, 스포츠 선수와 유명 인사는 군대를 기꺼이 가게 되었다. 군대 가는 건 서민의 일이고, 군대 피하는 것은 가진 자의 일이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군대를 피하는 것은 추잡한 짓이 되었고, 군대를 가는 것은 쿨한 것이 되었다. 그건 지난 70년간 병무청이 했던 모든 노력보다 효과적인 것이었다. 우리나라 병역 제도가 모병제가 돼도 일부 연예인 중에는 군대를 자청해서 가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영국의 로열 패밀리가 자청해서 군대를 가는 것처럼 말이다.

두번째 업적은 사대성의 종료다. 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첫번째 업적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영국에서 유명 사립학교와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어느 지인의 경험담이다. 그는 유승준과 비슷한 나이 또래다. 유승준 사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 유학생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엄청 먹어줬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나이트클럽에서도 말이다. 그러나 유승준 사태 이후에는 조국을 배신한 자로 보는 시각이 지배하게 되었다.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한국에서 꿀이나 빨려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요즘은 역사대주의의 시대다. 미국이나 서구 사회를 무시하는 사람이 더 많다. 과거에는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 무시 경향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일본이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냐는 투쟁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어느 분야에서는 대등하게 되었고, 어느 분야에서는 앞서게 되었다. 일본 무시 정신이 일본을 따라잡는데 나름의 방식으로 공헌했다.


미국이 곧 망할 것이라고 보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다. 이 또한 패기 넘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일본 경우보다는 더 부정적인 면이 있을 수 있다. 아마존을 배달이나 하는 놈들, 구글을 지도나 만드는 놈들, 유튜브를 동영상이나 모아 놓는 놈들, 우버를 콜택시나 하는 놈들, 애플을 스티브 잡스를 우려먹는 놈들, 테슬라를 LG 배터리나 가져다 쓰는 놈들로 알고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이러한 미국 얕잡아 보기도 성과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뭐든 지나치면 안 된다.

군대와 사대주의에 대한 유승준 사태의 가르침은 크다. 이제는 유승준의 입국과 활동을 허락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 정서’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 흔들고 있다. 스티브 유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아더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았다는 Arthur’s Seat


시범 케이스의 효과는 이미 톡톡히 보았다. 그가 가르쳐 준 두 가지 교훈은 그가 들어와서 활동한다고 하여 훼손되지 않을 만큼 우리 사회에 깊게 각인되었다.

우리나라가 한 개인을 대상으로 시범 케이스로 단죄하거나 그러는 나라가 아니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본때를 보여주고 누굴 낙인찍고 그러는 사회가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스티브 유에 흥분하는 우리가 아니고, 호들갑없이 ‘스티브 유가 누구야?’라고 묻는 우리가 되는 것이 마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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