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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Oct 27. 2020

Social Distance Social Justice

런던 라이프

길어지는 Social Distance로 인해 멀어지는 Social Justice!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할수록 사회적 공정은 점점 악화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아직도 대선에 깊은 뜻이 있는 모양이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반대하더라도 다수가 원한다면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무상급식으로 예산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예산으로 정책을 펴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자신이 펼치면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하면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 납세자의 돈을 물쓰듯하면서 특정 이슈에만 예산 타령하는 정치인이 국민을 대표해서는 안된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사회적 정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면 무상급식이 좋은 정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대 상황과 국민의 열망에 의해서 무상교육의 일환으로 채택할 수도 있는 정책이다. 정치적으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여 무상급식이 실행되었다면, 그 한계 안에서 자신의 철학을 시정에 녹아 내면 된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말이다. 철학이 없으니 카메라 앞에서 뜬금없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린다.

코로나는 취약계층을 타격했다. 저소득층 실업자가 급증했고, 온라인 교육이 진행되면서 취약계층 학생이 학교 밖으로 내몰렸다. 코로나는 빈부격차를 노골적으로 들어냈고, 나아가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학교를 떠나서 범죄의 길로 빠진 학생이 많다. 영국 학교에서 사라진 학생의 수가 수십만 명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결과로 사회적 공정은 악화되어 가고 있다.  

영국의 학교에는 무상급식이 없다. 사립학교의 경우 일 년에 점심값으로 120만 원 정도를 낸다. 공립학교의 경우 회당 3파운드 정도에 해당하는 식비를 낸다. 사립과 공립을 가리지 않고 도시락을 싸올 수 있으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 별도의 신청에 의해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았을 때 발생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선수 마르쿠스 래쉬포드는 맨체스터 지역에서 식사 지원 캠페인을 펼쳤다. 코로나 락다운으로 학교에 갈 수 없을 때, 점심을 굶는 학생이 많았다. 카페, 펍, 레스토랑에서 래쉬포드의 뜻에 동참하여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래쉬포드는 정부에 코로나 기간만이라도 취약 계층 학생에게 전국 단위로 식사를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영국은 9월부터 모든 학교가 정상적으로 오픈했다. 이슈가 수면으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2주간의 가을학기 방학이 시작되면서 결식 학생의 문제가 다시 이슈화 되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래쉬포드의 선행과 방학기간 동안 취약계층 자녀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시민사회의 지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지만, 정부 단위의 지원은 거절했다. 취약 계층 학생의 식사 문제는 지역과 시민사회에 맡기겠다는 뜻일 것이다. 정부가 도울 수 없을 때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돕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나, 다니엘 브레이크’가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영국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취약계층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1870년대에 무상교육을 시작했다. 맨체스터 지역에서 1879년에 무상으로 식사를 제공한 사례가 있었지만 특별한 경우에 한했다. 1936년에 실업률이 25%가 넘는 26개 지역에서 무상급식이 제공된 적이 있다. 1944년에 무상급식 법안이 도입되었고, 1946년에는 모든 학생에게 우유가 공짜로 제공되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마가렛 대처는 학생들에게 우유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중단했으며, 무상급식도 취약계층에 한정하여 지원했다. 총리가 되기 전에 교육부 장관을 했던 마가렛 대처의 급식 정책이 지금까지도 영국 학교 급식 제도의 근간이다.



코로나는 영국을 심하게 강타했다. 덜 규제하고 더 많이 감염되는 것은 영국의 선택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영국이 유럽 주요국 중에서 빈부의 격차가 가장 심하고, 노동 유연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비싼 사립학교 위주의 영국 교육 시스템도 영국 사회의 취약점 중에 하나다. 코로나로 인해 영국 사회의 사회적 공정(Social Justice)이 더욱 악화되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선수는 요즘 비난과 함께 축구를 한다. 높은 몸값 대비 낮은 성과가 문제다. 래쉬포드는 이번 캠페인으로 얼마 간의 까임 방지권을 획득했다. 보수적인 영국인 중에 래쉬포드의 행동을 ‘과시적인 선행(Virtue Signalling)’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버처 시그날링은 ‘도덕성을 과시하기 위해 표면적으로 선을 행하지만 본질적으로 의미가 없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래쉬포드의 캠페인이 과시적인 선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의 자리에서 좋은 일을 한 것이다.



다만 ‘밥을 공짜로 주느냐 주지 않느냐는 매우 민감한 이슈지만, 생각처럼 본질적인 이슈가 아니다’는 지적에는 귀 기울여 볼만 하다. 정부가 예산으로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도덕성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사회적 공정은 일회성 캠페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특정 이슈를 선점하는 것을 통해서 이뤄지지도 않는다.

사회적 공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정적인 이슈보다는 ‘어떠한 철학적 기반 하에, 어떠한 장기 계획을 가지고, 어떠한 사회적 불평등 이슈를, 어떠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느냐?’라는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리스 존슨에게 질문을 한다면, ‘왜 래쉬포드의 제안을 거절했느냐?’가 아니고, 어떠한 철학적 기반 하에 있는가? 어떠한 사회적 불평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가? 어떠한 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그 계획은 지속 가능한 방식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선 레이스에 참여하려고 하는 정치인에게도 같은 질문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 질문의 바탕위에 전면 무상급식의 효과도 이쯤에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도 사회적 공정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다루고 있는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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