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우리 Nov 02. 2020

퇴임한 대통령은 어떻게 사는가?

런던 라이프

퇴임한 대통령은 어떻게 사는가?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 40만 불의 급여를 받고, 퇴임 후에는 절반 수준의 연금을 받는다. 연봉 총액 15만 불을 넘지 않는 선에서 비서를 둘 수 있으며, 경호를 지원받는다. 국가 예산으로 퇴임 후에 집을 새로 짓거나 보수하지 않는다. 충분하지 못한 연금에도 불구하고 퇴임한 미국 대통령은 다들 잘 산다. 우리 역대 대통령은 두분을 제외하고 불행했거나 불행하다.


퇴임한 미국 대통령는 돈을 잘 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한번 연설로 75만 불을 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3번에 120만 불 받았다. 현시점에서 최고의 연설자는 미국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 날 도날드 트럼프와 영국 왕실에서 물러난 매건 마클(해리 왕자와 같이 온다는 조건 하에) 일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한번에백만 불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비즈니스맨 트럼프는 대통령에서 물러나도 슬프지는 않을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잘 저으면, 1억 불도 벌 수 있다. 트럼프가 기다린 순간은 재임 기간이 아니고 오히려 퇴임 후일 수도 있다. 사업가인 트럼프는 연설로만 돈을 벌지는 않을 것이고, 컨설팅을 포함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보랏 같은 영화를 만들지도 모르겠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국 총리는 재임 시 20만 불의 급여를 받고, 퇴임 후에는 1/4 수준의 연금을 받는다. 차량과 기사를 제공받지만, 비서 예산을 지원받지는 못한다. 경호를 받을 수 있지만 역대 총리 중에 다수는 경호받는 것을 거절했다. 총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국회의원 직을 유지하면, 연금 대신 10만 불의 국회의원 급여를 받는다. 사저 수리라는 것은 물론 없고, 선거에서 지게 된다면 선거 결과가 나오는 당일에 다우닝 10번지에서 이사 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총리는 갑작스럽게 물러나는데, 모든 것을 내려 놓는데 채 하루의 시간도 주지 않는다.



전임 총리인 테레사 메이나 데이비드 카메룬의 경우에 한 번의 연설에 15-17만 불을 받는다. 코로나 와중에도 테레사 메이는 서울에서 연설하고 17만 불을 받았다.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았고 자신만의 정치세계를 구축했던 마가렛 대처나 토니 블레어가 갓 퇴임한 총리로서 지금 시장에 나온다면, 회당 50만 불은 충분히 받을 것이다. 토니 블레어는 퇴임 후에 당시 시세로 회당 25만 불짜리 연설을 수시로 했다. 연설만 한 것이 아니고 컨설팅 회사를 차려 중동과 중남미 국가를 상대로 돈을 벌었다. 현재는 30채가 넘는 주택을 가지고 있고, 재산이 7천만 불이 넘는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과 영국의 총리는 마켓에 나가서 돈을 벌고 산다. 그걸 품위가 없다고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퇴임 후에 칩거하는 것을 선택하는데 활동하는 대통령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칩거하면서 책을 쓰는 것 말고, 적극적으로 대중 속으로 나와 연설하고, 필요하다면 또 다른 사회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경험을 동시대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걸 통해 전임 대통령이 돈을 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다.



우리는 사저, 관저, 관사가 많다. 오지에 있는 군부대에나 필요할 관사는 도처에 왜 이렇게 많을까? 도지사들은 대규모 관저를 가지고 있다. 조그마한 집에 살다가 하루아침에 대형 관사에 입주하여 서번트(servant)의 시중을 받기 시작하면, 자신이 공복(civil servant)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지방자치 단체장이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어느 순간에 자신이 지방의 왕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이다. 마한이나 변한의 왕이라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서울 곳곳에 목 좋은 곳에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 수많은 관저가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물러나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면서 관저의 도배지와 바닥재를 교제하고, 화장실 변기를 바꾸는 등의 리모델링 비용으로 사용한 돈이 16억 7천만 원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에 집이 있는데도 청와대 인근에 관사가 주어졌다. 교육부 장관의 세종시 관사에는 다른 사람이 살다가 적발되었다. 납세자의 돈이라는 인식이 없다. 크거나 적거나 모두 납세자의 돈이다.



역대 대통령은 종종 사저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 퇴임 대통령의 집을 국가 예산으로 새로 짓거나 수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청와대로 오기 전의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누렸던 특별한 혜택을 소중히 간직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이사비까지는 납세자가 부담할 수 있지만, 이사 갈 집의 청소는 전임 대통령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집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연금으로 월세 살면 된다. 그걸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시장에 나가서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돈을 벌면 된다. 납세자의 돈이 얼마나 허투루 쓰이는지 가까이서  대통령이 연설로  돈으로 세금을 내면,  때야 비로소 납세자의 돈이 피같다는 것을 알게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