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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Dec 18. 2020

푸스카스 시상식에서 한국 언론이 보도하지 못한 것 하나

런던 라이프

손흥민의 푸스카스 수상에서 한국 언론이 보도하지 못한 것
   
  
손흥민이 FIFA 푸스카스 시상식에서 올해의 골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FIFA의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의 아름다운 야경으로 시작했다. 독특한 무대 디자인이 시상식의 세련미를 더했다. 여성 진행자인 레쉬민 쵸드허리(Reshimin Chowdhury)의 수려한 진행과 남자 진행자인 네덜란드 축구 선수 루드 굴리트(Ruud Gullit)의 재치가 빛났다.

한국 언론은 손흥민의 수상, 손흥민과 굴리트의 인터뷰 내용, 손흥민 수상에 대한 각계의 반응을 전했지만, 정작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놓치고 말았다.

굴리트가 수상자를 발표하려고 하자, 여성 진행자 쵸드허리가 ‘조심해’라는 말을 했다. 이 말에는 쵸드허리의 내심이 들어 있었다. 쵸드허리는 손흥민의 수상을 바라고 있었고, 그녀의 긴장감이 조심하라는 말 속에 내포되어 있었다. 봉투를 연 굴리트는 ‘You가 되게 기쁠 것 같아. 수상자는 손흥민’이라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그 You가 시청자일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You는 여성 진행자 쵸드허리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굴리트는 쵸드허리가 손흥민의 수상을 몹시 바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레쉬민 쵸드허리는 왜 손흥민의 수상을 바랐을까? 푸스카스 시상식의 여성 진행자는 모든 면에서 눈에 띄었다. 완벽한 영어, 이건 당연했다. 영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영국 사람이고 영국 BBC와 BT스포츠에서 축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간간히 쓴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는 완벽했다. 그걸 판단할 능력이 내게 없지만, 그냥 그렇게 보였다. 수려한 언변, 넘치는 건강미,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시상식 의상, 래쉬포드를 인터뷰할 때 입은 검소한 옷차림, 간간히 뿜어 내는 아름다운 미소, 무엇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여성이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방글라데시에서 영국으로 왔다. 그녀는 방글라데시어도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하니, 예의 누구나 보통 그 정도는 하는 4개 국어 구사자다. 그녀의 시상식 의상은 서구식 파티복이었지만, 묘하게 방글라데시 전통 의상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그녀가 손흥민의 수상을 그렇게도 기뻐한 이유는 북런던에서 태어나서 자란 열렬한 토튼햄 팬이기 때문이다. 손흥민 수상을 발표할 때 한참을 웃었던 그녀의 웃음소리와 그 순간 드러난 하얀 치열은 이번 FIFA 푸스카스 시상식의 백미였다.


조만간 영국 언론은 또 다른 방글라데시 출신 여성에 대한 뉴스를 쏟아 낼 것이다. 샤미마 베굼(Shamima Begum)이라는 여성인데, 그것은 조만간 다시 다루기로 한다. 오늘은 손흥민 수상으로 기쁘고, 건강미 넘치는 여성 레쉬민 쵸드허리를 발견한 것으로 만족스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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