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라이프
코로나로 호황을 누리는 사업, 자전거
코로나로 많은 것이 중단되어 있는 와중에도 호황을 맞고 있는 사업이 있다. 우리 동네 GAIL이라는 빵집도 그렇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항상 20명 정도가 줄을 서서 빵을 산다. 한 사람의 구매액 평균이 20파운드라고 하니 대단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저정도는 아니었다.
자전거도 그렇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영국에서 자전거 판매량은 27% 증가했고, 개당 판매 가격은 26% 증가했다. 자전거를 사도 더 좋은 자전거를 샀다는 이야기며, 아이 자전거 중심에서 어른 자전거 중심으로 팔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전년대비 올해 자전거 시장은 60% 이상 성장했다.
자전거 상점에 가면 아이들 자전거를 제외하고 재고가 별로 없다. 물건이 다음 주에 들어온다, 다음 달에 들어온다는 말만 한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만 제인 GIANT나 미국 제인 TREK과 Specialized 등은 있지만, 영국 브랜드는 거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대중교통보다 자전거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자전거를 잘 모르는 내게 제품의 퀄리티보다는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 로드 바이크를 선호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영국 브랜드와 이탈리아 브랜드가 단연 눈에 띈다. 자전거의 모양, 색, 브랜드 로고 등에서 다른 나라 제품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인다. 영국 브랜드 중에 내 눈길을 끄는 브랜드가 몇 개 있다.
Pashley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에서 만드는 파쉴리는 옛날에 영국 우체부를 위한 자전거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700파운드에서 1700파운드까지 하는 파쉴리 제품을 지금 돈을 내고 기다리면 내년 6월에 가져다준단다. 고맙지만, 그건 안 되겠다.
파쉴리가 100년이 된 기업이라고 하면, 2015년에 브리스톨에서 시작한 Temple이 있다. 클래식한 아름다움으로는 단연 top인데, 자전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5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클래식(Classic)이라는 것도 레거시(Legacy)라는 것도 이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1000파운드에서 1500파운드 사이의 자전거인데, 지금 주문하면 5월 말에 가져다준단다. 그래도 한 달 정도 덜 걸리니까 조금 나은가?
Ridgeback이라는 자전거가 있다. 아이들 자전거로 유명한 리지백의 어른용 로드 바이크는 품절이다. 파쉴리나 템플은 언제 줄 수 있는지 이야기라도 하지만, 리지백은 그런 것도 없다. 제품이 생산되면 연락 줄 테니, 연락처만 남겨 놓으란다. 리지백의 항해(Voyage)라는 제품 중에 그린색이 오늘 내가 검색한 로드 바이크 중에 가장 예쁘다. 기약이 없는 것을 기다리는 것만큼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Brompton이 영국 자전거를 대표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운이 좋으면 브롬튼 중에 아무거나 하나를 살 수는 있지만, 원하는 제품 원하는 색상을 사기 위해서는 3개월에서 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한 집에서 6개월 이내에 두개까지만 살 수 있고, 그 이상 사려고 하면 반칙이다. 브롬튼은 1200파운드에서 3000파운드 사이의 제품군을 가지고 있는데, 브롬튼을 사는 사람 중에 아무 제품이나 당장 살 수 있는 것을 고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브롬튼은 로드 바이크가 없다.
Ribble이라는 자전거가 있다. 온라인 판매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리블은 오늘 주문할 경우 2월 17일에 배송해 줄 수 있고, 조금 서두른다고 하면 2월 16일에 가능하단다. 하루 차이가 감격적으로 느껴지는가? 이쯤 되니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이 자주 구사했던 소련 풍자가 생각난다.
소련에서는 자동차를 사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오늘 자동차 매입 신청을 하고 돈을 전액 납입하면, 판매원이 이렇게 말한다. ‘10년 후에 오세요.’ 그러면 구입자는 마음이 들떠 이렇게 묻는다. ‘오전에요? 오후예요?’ 그러면 판매원은 이렇게 답한다. ‘신청하신 볼가(Bolga)는 보통 오전에 나옵니다.’
로드 사이클링 초보자로서 2월까지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랬다가는 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식어 버릴 수도 있다. 대안으로 2021 Specialized Allez Elite Endurance Road Bike로 잠정 결정했다. 가격은 1249파운드다. 많은 분들이 조언을 해주었지만, 감사한 조언이 큰 의미가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TREK, Specialized, GIANT 등도 골라서 살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 제품이 별로 없다. 그래서 Ebay와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를 살펴보지만, 원하는 상품은 거의 없다.
오늘날과 같은 페달과 타이어를 사용하는 모던 바이크가 영국에서 처음 나온 해가 1885년이다. 그 이후로 올해처럼 자전거를 사기 어려운 적이 아마 없었을 것이다. 살 수 있는 것을 사느냐? 사고 싶은 것을 기다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Ridgeback Voyage를 기다리느냐 Specialized를 당장 집느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