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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an 24. 2021

눈이 오면 디킨스를 생각한다

런던 라이프

눈이 오면 찰스 디킨스를 생각한다
  
    
런던에는 비가 많이 온다. 눈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몇 년 전에는 히드로에 눈이 오 센티 와서 항공 대란이 발생한 일도 있었다. 공항의 정석이라는 히드로가 오 센티 눈에 마비된다고? 런던은 눈이 없는 도시라는 인식이 있다. 런던의 위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런던이나 뉴욕이나 비슷한 위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런던과 뉴욕은 위도가 11도나 차이가 난다. 런던은 미국의 모든 지역보다 위에 있고 밴쿠버보다 위에 있으며 심지어는 캘거리보다도 위다. 카자흐스탄이나 몽골의 대부분 지역보다 위에 있으며, 일본의 북해도보다는 훨씬 북쪽에 있다.

눈은 왜 안 오는가? 영국은 서쪽에 대서양을 두고 있어서 해양성 기후며, 멕시코만의 난류가 영국 쪽으로 북상하기에 일 년 내내 서쪽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불지 않는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고 하면 이따금씩 유럽 대륙에서 부는 동풍이다. 영국의 겨울은 대서양의 습한 구름이 비를 뿌리는 계절이다. 12월에서 2월까지는 거의 이틀에 한번 비가 온다. 그때를 제외하면 비가 자주 오지 않는다. 자주 오지만 생각만큼 자주는 아니다.



영국 사람은 ‘옛날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생각한다. 지구 온난화로 눈이 안 오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200년간 런던에는 눈이 많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영국 사람들은 왜 예전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생각할까?

그건 찰스 디킨스의 문학 작품 영향이 크다. 최근의 영국 아동 문학을 마이클 머퓨고, J.K 롤링 등이 이끌고 있다면, 그전에는 찰스 디킨스라고 할 수 있다. 찰스 디킨스의 문학 작품에는 눈 오는 런던이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1600년대 초에서 1800년대 초까지 전 세계적으로 온도가 낮은 ‘작은 빙하기(Little Ice Age)’였다. 찰스 디킨스는 작은 빙하기의 마지막 무렵을 살았다. 템즈 강도 예사로 얼었으며 눈이 많이 왔다. 크리스마스도 툭하면 화이트였다.

오늘 눈이 왔다. 눈 사람을 만들었다. 이런 눈은 처음 본다고 막내가 말한다. 맨날 눈이 오는 곳에서 태어 낳지만, 아기 시절은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하루에 한 시간씩 자전거를 타야 하는데 오늘은 할 수가 없다. 재미로 나가 봤다가 이십 미터 가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 벽난로를 켜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고, 찰스 디킨스 작품을 넘겨봐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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