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종교
# 장면 하나, 교회 앞에 멈춰서는 젊은이
현재 영국에서 Stay at Home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운동이나 산책은 가족과 함께 가능하다. 친구와 만나서 운동하는 것은 안된다. 그것을 강제하기는 힘들지만 자발적으로 잘 따르고 있다. 달리기 할 때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지그재그로 달리기도 한다. 천천히 달리는 사람은 뒤에서 오는 사람에게 따라 잡히는 것도 부담스럽다. 한 번은 달리기를 하는데 앞에 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교회 앞에서 멈추더니 사진을 찍고 갔다. 가서 보니 늘 거기에 붙어 있는 예배 시간표였다. COVID-19가 진정되면 교회에 나가 볼 요량인가 보다.
# 장면 둘, 기독교인 수의 급감
BSA 서베이 결과에 의하면 1983년에 66%였던 기독교인 비율이 2018년에 38%로 감소했으며,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사람의 비율이 31%에서 52%로 크게 증가했다. 주말마다 교회에 나가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5%다. 18세에서 24세 사이 젊은이의 경우에 영국 국교회를 자신의 종교로 받아들이는 비율은 1%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카톨릭과 개신교를 모두 합해도 3%를 넘지 않을 것이다.
# 장면 셋, 조나단 에드워드
조나단 에드워드라는 영국의 세단뛰기 육상선수가 있었다. 1966년생이었던 그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1991년 세계선수권 대회가 일요일에 경기를 열었다. 그러자 안식일에 경기를 할 수 없다고 하여 불참했다. 주님이 주신 재능을 발휘하자는 아버지의 설득으로 1993년부터 일요일에도 경기에 참여했고, 1995년 세계선수권에서 18.29m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 기록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2000년에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그런 그가 2007년에 갑작스럽게 신은 없다고 선언하고 무신론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선언했다. 이런 일이 여러 사람에게 일어났다. 우리 앞집 아저씨는 조나단 에드워드와 무신론자 동기라고 했다. 자신도 2007년부터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고…
# 장면 넷,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전쟁을 겪은 세대는 대부분 기독교 신자였다. 평화의 시대를 산 아들 세대는 믿음이 덜했다. 그래도 전쟁 세대는 자식들이 믿거나 믿지 않거나 교회에 데리고 나갔다.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라도 짙은 기독교 문화 속에서 자랐다. 아들 세대는 손자 세대에게 종교보다는 종교적 관용성을 가르쳤다.
종교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뿐만 아니라 무신론자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공식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2001년 전체 인구의 14.5%에 불과한 무신론자는 2011년 조사에서 24.7%로 크게 늘었고, 현재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 구성 비율의 변화와 함께 과학과 의학의 발달이 종교에 미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 장면 다섯, 누굴 신뢰하는가?
2019년 Ipsos 조사에 의하면, 영국 사람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군 1위는 의사다. 응답자의 67%가 그들의 말을 신뢰한다고 했다. 2위는 과학자로 62%의 신뢰를 받았다. 길거리 모르는 사람을 신뢰한다는 비율이 37%인데 반해, 성직자를 신뢰한다는 대답은 24%였다. 이러한 통계를 봤을 때 신앙인 감소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 장면 여섯, 옅어지는 종교적인 색채
런던 북부의 골더스그린에서 유대인을 상대로 사역하고 있는 박계원 선교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비기독교화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예를 들면, 휴일 이름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빼려고 하는 시도가 있다. 국경일이 없고 공휴일이 적은 영국에서 이틀을 쉬는 휴일은 두 번 밖에 없다. 부활절과 크리스마스다. 이스터와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을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상황이 기독교인에게는 큰 도전이다.
# 장면 일곱, COVID-19 와중에 찾아가는 교회
런던의 킹스 크로스 한인교회는 노팅힐에 있는 St. Peter’s Church에서 예배를 진행한다. 이 교회는 영화 노팅힐에 등장하는 교회다. 12시까지 영국 교회가 예배하고, 1시부터 한인교회가 예배한다. 영국 교회에는 Patrick Allerton이라는 젊은 목사가 부임하면서 성도도 늘고 활력이 더해지고 있다. 패트릭 목사는 한인 예배를 좋아해서, 한인 교회에 목사가 부재한 경우에 자청해서 한인 예배를 인도하기도 한다. COVID-19 사태로 교회 문이 닫혔다. 패트릭 목사는 시민들이 교회를 찾아올 수 없는 상황에서 교회가 시민들을 찾아가겠다고 길거리 예배를 시도하고 있다. 시민들은 창문을 열고 설교를 듣는다. 반응이 좋다.
조깅을 하다가 예배 시간표를 찍어간 젊은이는 어떤 희망을 기대하고 예배 시간표를 찍었을까? 교회가 희망이 되어 준다면, 믿음을 회복하는 사람은 크게 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