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Life
London Life 2.0
(8) 꽃에도 척후병이 있다!
영국인은 70%가 스스로를 정원사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영국 집의 가치는 집 안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정원만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좋은 정원이 딸린 집을 샀다고 해도 진정한 정원사라면, 버젓이 잘 자라고 있는 꽃이나 나무를 뽑아낼 줄 알아야 한다고 누군가 말해 준 적이 있다.
첫 해에는 집에 있는 나무나 꽃을 건드리지 못했다. 관리라고 할 것도 없었다. 나무 가지를 쳐주고, 낙엽이나 꽃잎을 치우고, 잔디를 깎는 일만 했다. 다음 해에 나는 빈 공간에 씨를 뿌려 보기도 했고, 잡초와 꽃을 구분할 수도 있게 되었으며,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를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나는 죽지 않은 다년생 꽃을 뽑을 수도 있고, 잘 살고 있는 나무도 통째로 들어 내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나도 이제 정원사인가?
봄 볕이 들면서 꽃과 묘목을 파는 가까운 널서리(nursery)에 가서 크로커스(Crocus)와 팬지(Pansy)를 사다가 창틀에 심었고, 세 종류의 튤립을 수국 사이에 심었다. 그리고 동네를 산책하면서 관리가 잘되어 있는 집의 가든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고, 때로는 정원 주인이 나오도록 일부로 서성이기도 했다. 물어볼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이것은 찰스 다윈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혼자만 생각해 본다. 대부분의 꽃나무에서 유독 한 송이가 다른 송이에 비해 일찍 핀다는 사실 말이다. 나무뿐만이 아니고 꽃 무덤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견된다. 꽃 한송이가 다른 송이에 비해서 유독 먼저 핀다. 마치 척후병(scout)처럼 말이다.
꽃에도 척후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척후병이 활짝 핀 채로 기후를 관찰한다. 추운지, 견딜만한지, 습기는 적당한지, 이 습도에서 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을 얼마를 올려 보내야 하는지, 그런 것을 탐지해서 뿌리와 줄기와 잎새와 다른 꽃봉오리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 척후병이 발달한 나무나 꽃이 척후병을 운영하지 않는 나무나 꽃보다 적자로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찰스 다윈이 답을 제시한 것이 있을까?
정보는 중요하다. 척후병이 없어도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그런 징후에 둔감한 것은 꽃이나 사람이나 제도나 세력이나 누구나 진화과정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발본색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징후를 캐치하는 것이다. 그 무감각을 싫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