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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n 20. 2021

표지가 책을 판다

London Life

표지가 책을 판다. 미국 vs 영국

London Life 2.0 – (35)

  

  

대학시절에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땐 책을 안 읽으면 약간의 죄의식을 느꼈다. 책 선정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이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연관된 다음 책을 골랐다. 대학 이후에는 책을 잘 읽지 않았는데,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다. 주위에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만 간혹 읽었다. 서점에서 서성이며 책을 고르거나,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검색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책을 정하고 서점에 가기 때문에, 표지 디자인이나 제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표지가 화려하거나 제목이 멋지면, 오히려 관심이 가지 않았다. ‘얼마나 내세울 것이 없으면 표지에 이런 힘을 주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책을 표지로 판단하지 말라’는 쪽에 속한다. 올드한 스타일이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출판업계는 ‘표지가 책을 판다’는 쪽인 것 같다. 어제부터 내 책의 표지를 정하고 있다. 책을 살 때 표지를 보지 않았던, 그간의 무신경이 큰 벌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는 친구들의 ‘책 표지를 골라 주세요’ 포스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


영국 출판업계는 예전부터 표지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것은 영국적인 현상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나만 그걸 모르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영화 포스터나 음악 앨범의 재킷은 모든 나라에서 동일하게 판매되지만, 책 표지는 나라마다 다르다고 한다.


번역에 의해 텍스트가 달라지고, 제목도 달라지기 때문에 표지가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처럼 번역없이 제목과 텍스트가 동일한 경우에도 표지는 다르다. 단순히 다른 것을 떠나 전혀 다른 책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마다 영국과 미국의 표지 디자인 특징을 정의해 보지만 딱 들어 맞는 설명은 좀처럼 없다. 그나마 설득력이 있는 설명을 고르자면 이렇다.


“영국은 책 텍스트 상의 내용을 표지에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데 반해, 미국은 책 안의 캐릭터나 내용을 표지에 드러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표지에 본문의 내용을  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영국 책의 표지는  기하학적이 되거나, 색감을 중시하거나, 글자체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걸 고려해 보면, 사진 속에서 어느 것이 미국 것이고, 어느 것이 영국 것인지 짐작할  있다. 좌측이 미국 것이고 우측이 영국 것이다.


좋은 표지가 탄생했으면 좋겠으나 아직은 거리가 있다. 그러나 ‘책을 표지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도 생각할수록 좋은 말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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