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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Aug 06. 2021

마침내 자원봉사자가 되다

London Life

마침내 자원봉사자가 되다

 

  

1. 올림픽과 자원봉사자


자원봉사자라는 말을 서울 올림픽에서 처음 들었다. 영어로 발런티어(volunteer)라고 한다는데 그 어감도 좋았다. 발런티어 덕분에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이야기도 멋지게 들렸다. 커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2. 코이카 해외봉사단원


1997년에 코이카(KOICA) 해외봉사단원(Korea Overseas Volunteer)이 되어 카자흐스탄에 가게 되었다. 드디어 나도 발런티어가 된 것이다. 코이카 유니폼에는 나눔과 섬김(Share and Respect)이라는 단어도 크게 쓰여 있었다. 청와대에서 갈비탕도 한 그릇 먹고, 대통령과 사진도 찍고, 시계도 받았다. 아스타나에 가서 한국어를 가르쳐야 했다. 그곳에는 한국인 목사님 가정이 있었다. 현지 고려인과 잘 어울려 목회활동을 하고 있었고, 나도 그 교회에 나갔다. 해외봉사단원 생활은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만 뺀다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3. 김정일의 어릴 적 친구를 만나다


교회에는 꽤나 지적으로 보이는 중년의 고려인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은 나를 늘 반갑게 대해 주었다. 아주머니 집에서 가끔씩 파티를 하고는 했는데, 그 파티에 나만 초대받지 못한 것을 알았다. 나를 초대하는 것을 깜박했나? 실수인가? 그래서 집에 가보고 싶다는 말까지 했지만, 그 후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그 집에 가보고 싶었던 것은 그 아주머니가 김정일과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6.25 전쟁 당시에 북한에 파견된 고위급 소련 장교였기에 어린 시절을 북한에서 보냈고, 김정일과 아주 친하게 지냈다. 당시까지도 추석이나 설이면 김정일로부터 선물이 배달되어 왔다. 과장된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김정일하고 결혼을 할 수도 있었다는 말까지 있었다. 이쯤 되면 누가 그 집에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4. 스파이로 오해받다


내가 그 집에 초대받지 못한 이유는 그곳 사람들이 나를 스파이(spy, 간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산국가는 사람들을 동원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발런티어의 의미가 꽤나 다르다. 더군다나 해외로 자원봉사를 나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나라에서 선발하여 스파이로 보내는데 봉사라는 외양을 입힐 뿐이었다. 물론 우리는 그것을 몰랐고, 현지인과 인사할 때마다 ‘우리는 한국에서 온 발런티어다(волонтёр из Корей)’라고 말했고, 나눔과 섬김이라는 옷을 입고 다녔다. 우리는 스파이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얼마나 위선적으로 보였을까?

  

  

5. 발런티어는 원래 군인이다


발런티어라는 말은 원래가 프랑스어(볼런테어 volontaire)에서 온 말인데, 징집되어 온 군인이 아니고 자원해서 군대에 들어온 사람을 부르는 말이었다. 직업 군인처럼 월급도 받았고 대우도 좋았다. 이 말이 영어로 가서 volunteer가 되었고, 러시아로 가서 발란쬬르(волонтёр)가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카자흐스탄에서 자신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한국에서 온 자원병이야! 자원병!’ 이렇게 소개하고 다닌 것이다. 그러면서 스파이가 아니기를 바랐다는 것이 더 신기한 노릇이다.


  

6. 다시 올림픽


그 걸 뒤늦게 깨달은 나는 발런티어라는 말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나 올림픽 시즌이면 떠오르는 단어가 발런티어다. 그리고 어김없이 발런티어 덕분에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개최된다.

  

  

7. 발런티어가 아닌 게임 메이커


올림픽에서 대규모 자원봉사자를 받아 올림픽을 치른 것은 1948년 런던 올림픽이 최초다. 영국은 모든 지 자신들이 최초라고 말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2012년에 런던에서 올림픽이 다시 개최되었고, 24만 명이 자원봉사자로 지원했고, 그중에 7만 명이 활동했다. 영국은 그들을 발런티어라는 단어보다는 게임 메이커(Games Maker)라는 단어로 불렀다.

  

  

8. 유니폼이 생명인 자원 봉사자


게임 메이커에게는 보수가 지불되는 것이 아니고 유니폼과 식사만 제공된다. 따라서 게임 메이커가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만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유니폼이다. 2012 런던 올림픽 위원회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regal purple(제왕 보라색) poppy red(양귀비 붉은색) 결합한 유니폼을 채택했다. 게임 메이커의 헌신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얼마 전에 The Open 갔었는데, 그곳에서도 뙤약볕 아래에서 고생하는 게임 메이커를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입은 유니폼이 꽤나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9. 유러피언 골프대회의 자원봉사자가 되다


다음 주에 우리 골프 클럽인 런던 골프 클럽(London Golf Club)에서 잉글리스 오픈 골프대회가 개최된다. 브리티시 오픈 아니고 잉글리시 오픈인데, 유러피언 투어 골프 대회다.  대회에 나는 게임 메이커 또는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받게  유니폼이 예쁠  같아서 선택한 것이지만,  평생에  번은 자원봉사를 해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이카 봉사단원 시절의 봉사는 간첩으로 오해를 받아 순수한 봉사활동으로 인정을  받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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