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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Oct 23. 2021

런던 교민이 보는 윤석열과 그의 클래스

런던 라이프

런던 교민이 보는 윤석열과 그의 Class

  

  

영국에는 귀족이 있고, 그래서 계급사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귀족은 있지만, 귀족이 아니어서 할 수 없는 것은 별로 없다. Eton 컬리지 같은 귀족 학교도 공부만 잘하면 누구나 갈 수 있다. 귀족은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금전 지원을 학교로부터 받지 않고 오히려 학비에 더하여 장학기금까지 내곤 한다. 저소득 계층은 비싼 학비뿐 아니라 교복이나 밥값까지 지원받는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 입학할 때, 명문 사립학교 출신은 상대적 차별을 받는다. 더 좋은 성적을 가져도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저소득층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명문 사립을 다닌 경우는 그런 차별로부터 예외가 인정된다. 이런 계급사회라면 생각보다는 괜찮지 않은가?


귀족이 아니면 귀족 소사이어티(society)에서 사교하는 것이 어렵다. 귀족이 아니면 아무리 부자여도 그냥 리치(rich)고, 아무리 잘 나가도 미들 클래스(middle class)다. 좋은 직장의 고소득자는 upper middle class다. upper 빼고 미들 클래스라고만 스스로를 칭해도, 꽤나 괜찮은 클래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일 안 하면 먹고살기 힘든 계급이 워킹 클래스(working class)다. 그러고 보니 난 워킹 클래스다.


그보다는 나는 한국형 미들 클래스다. 우리 아버지는 충남 부여에서 농사를 조그마하게 지었지만, 항상 중산층이라고 하셨다. 대대로 내려오는 보검 같은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 집은 전통의 명가라고 했다.


귀족이 아니어도 할 수 없는 것은 귀족과의 사교 정도인 영국 사회는 고로 계급 사회가 아니지만, 계급에 따라 모임이 달라지므로 계급 사회라고 할 수도 있다.


영어로 class라는 단어가 있다. 계급, 계층이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같은 계급이 같은 공간에서 공부했으니 클래스가 수업이나 같은 반을 의미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사람들끼리 모임도 class고, 생물의 종속과목강문계의 강(綱)도 class다.


다른 의미로 class는 우아함, 세련됨, 격조, 기품을 뜻하는 명사이자 형용사다. class golfer라고 하면 골프를 정말 잘 치는 사람을 말하지만, 거기는 실력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은 정말 class가 있어야 한다. 우리 누구나 클래스 의사, 클래스 선생님, 클래스 기사, 클래스 농부, 클래스 작가, 클래스 청소부, 클래스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기품 있는 누군가가 되기를 바라는 나는 스스로의 클래스를 되돌아봐야 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에만 클래스가 있는 것이 아니다.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계급을 갈아엎은 러시아에도 클래스라는 말은 살아남았다. 러시아어에 클라스(Класс)라는 명사가 있고, 클라스나(Классно)라는 부사가 있다. 최고라는 의미와 함께 품격 있게 좋다는 의미다. 어디를 가든지 ‘클라스나! 클라스나!’라는 말만 잘하면, 러시아에서 밥은 굶지 않는다.


클래식(classic)이라는 단어도  class에서 온 말이다. ‘오래 지속되는 멋진 것’이 클래식이다. 역사가 20년도 안 되는 골프 대회에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민망하다. 앞으로 오랫동안 잘하면 클래식이 되는 것이므로 이제 와서 이름을 바꿀 필요는 없다. 대신에 돈 안된다고 대회를 금방 접거나 그래서는 안된다.


우리의 대권후보 윤석열은 어떤 클래스일까? 여기서 우리라는 표현을 쓴 것은 윤석열이 파평 윤씨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윤기중은 충남 논산의 파평 윤씨 집성촌 출신이다. 고로 윤기중 선생님이 혼란기에 파평 윤씨라는 족보를 산 것 같지는 않다. 논산은 내 고향으로부터 차로 20분 거리다.


파평 윤씨가 역사적으로 대단한 양반이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남원 윤씨다. 남원 윤씨는 파평 윤씨로부터 중간에 갈라져 나온 성씨다. 나의 아내는 파평 윤씨인데 전통의 명가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내 장인어른이 ‘길’자 ‘중’자고, 처남이 윤석원이다. 남원 윤씨와 파평 윤씨의 결혼은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관습적으로는 안된다. 우린 양가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느라 꽤 애를 먹었다. 원래 전통의 명가는 결혼 허락이 쉽지 않은 법이다. Yuji 같은 논문도 중대 하자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로미에와 줄리엣이 많다.



윤석열의 아버지는 전통의 명가 파평 윤씨일 뿐만 아니라 연세대학교 교수를 지냈고, 어머니도 소싯적에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했다. 윤석열은 영국으로 따지면, 귀족과 upper middle class 사이라고 보이는 격조 있고 품위 있는 class다.


그러나 그의 행동과 말에는 왜 class가 없을까? 자신의 class에 맞는 행동 양식을 왜 갖추고 있지 못할까? 자발적 임시 최하층이라고 할 수 있는 신림동 고시생으로 오래 살았기 때문일까? 범인을 잡다 보니 그들과 비슷해진 것일까? 안하무인으로 일하면서 검사라는 특별한 class의 행동양식을 습득한 것인가?


다리를 벌리고 손이 바지춤으로 가고 고개를 도리도리하는 것을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그의 언사와 행동에서 class를 찾기 어렵다. 파평 윤씨의 클래스는 어디 갔으며, 지성인 부모에게서 배운 클래스는 어디에 있는가? 대한민국 최고 학교의 클래스에서 배운 것은 무엇이었는가?


이명박이 대통령일 때, 내가 일하던 카자흐스탄에 자주 왔는데, 경박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는 이명박의 상스러움을 잘 보여주었다. 돈, 권력과 유명세 앞에 기품 없는 꼼수로 일관한 이명박에 대해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후로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나꼼수 멤버들이 보여 준 모습 또한 별반 다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대통령 유력 후보인 윤석열을 보면서 이명박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많이 변했다.


이병박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이명박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가져야 할 품격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 윤석렬이 매일같이 보여주는 언행은 그가 이명박이 쳐 놓은 마지노선 밑에 있는 사람이란 인상을 내게 준다.


홍준표는 어떤가? 나는 그가 간발의 차이로 이명박 마지노선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포스팅은 홍준표 지지선언이 아니고, 윤석열 비토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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