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머릿속을 들어가 보다

London Life

by 유우리

푸틴의 머릿속을 들어가 보다

영국은 러시아를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잘 알아왔다. 영국의 왕은 러시아 황제와 사촌이었고, 같이 휴가를 즐기기도 했다. 사회주의 운동가는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자유로웠던 영국에서 회합을 했고, 공부를 했으며, 사상을 발전시켰다. 마르크스도 그랬고, 레닌도 그랬다.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영국의 지식인들은 앞다투어 소련으로 향했다. 버틀란드 러셀도 그중의 하나였다. 레닌은 런던에 올 때마다 블룸스버리에 머물면서 대영박물관에 다니며 공부했다. 그곳이 모두 러셀 가문의 영지였다. 레닌은 러셀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러셀은 소련에 다녀온 후 소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겼다. 소련과 레닌에 대한 러셀의 생각은 유튜브를 통해 생생히 접할 수 있다. 버나드 쇼를 비롯한 많은 영국 지식인이 다양한 소련 정치인을 만나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래서 제정 러시아와 소련에 대한 정보는 영국 MI6에 가장 많았고, 그걸 토대로 윈스턴 처칠은 소련이 영미권에 가장 위협이 될 나라라는 걸 간파했다.



영국의 유력한 차기 총리인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은 MI6 정보를 이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세우려는 괴뢰정부 명단을 발표해 버렸다. 유명 페친의 지적대로 일본이 침략하기도 전에 을사오적을 발표해 버린 것이어서 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타임스는 다양한 소스를 동원해 푸틴의 생각을 분석해 보았다. 그걸 내 나름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1) 푸틴은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꿈꾼다. 러시아는 원래가 동유럽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알래스카에 이른 대제국이었다. 알래스카만 해도 미국의 모든 주를 통틀어 가장 크다.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어쩌지 못한다면, 제국의 꿈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러시아의 심장 같은 곳이다. 한반도에서 개성 같은 의미다. 개성을 포기하는 통일 한국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여러 단계 중에 평천하가 아니라 제가에 해당하는 것이다. 요즘 제가를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판친다.


(2) 푸틴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저간의 국제질서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치달으면서 러시아는 존재감이 약했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 하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번영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국제적인 고립만 당하고 있다. 그러나 푸틴이 꿈꾸는 것은 1944년이다. 스탈린이 루스벨트, 처칠과 함께 밀실에서 시가와 물담배를 피우면서 유럽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순간이 있었다. 소련에겐 영광적인 순간이었다. 그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푸틴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바이든이 담배를 잘 못 필 것 같다는 것이다.


(3) 푸틴은 구소련 국가의 민주화를 가장 싫어한다. 푸틴이 우려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러시아에 미치는 영향이다. 인접 국가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그 나라가 번영을 이루면, 민주화의 요구가 러시아에 물밀듯이 밀려올 것을 우려한다. 이는 자신의 정치기반이 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러시아와 인접한 구소련 국가 중에 자유민주주의가 정착하고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는 나라는 없다. 푸틴이 벨라루스 사태에서 루카센코를 방어한 이유이며, 카자흐스탄 소요 사태에 조기에 개입한 이유가 민주화 요구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서구와 가까워지려고 하는 우크라이나가 잘 돼서는 안 되는 이유며, 발틱 3국이 이번 사태를 가장 두렵게 바라보는 이유다.


(4) 푸틴은 이번 사태를 극도의 긴장으로 몰고 감으로서 서구 사회를 갈라치기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독일이 벌써 자신들만의 입장을 들어내고 있다. 서구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만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있다. 그러나 러시아 요구는 루마니아와 폴란드까지 향하고 있다. 영국은 이차대전 이전에 히틀러의 야금야금 요구를 들어준 것에 대해서 크게 후회한다. 그래서 푸틴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지만, 히틀러 요구의 당사자였던 독일은 영국과 생각이 같을 리가 없다. 독일은 어떻게든 평화를 이룬 후에 자신들 방어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고 싶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전쟁은 나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을 가지고 있지만, 러시아와 인접국가 간의 관계는 어떻게 해도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푸틴이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라고 믿지만, 영국은 푸틴을 생각보다 훨씬 미친 x이라고 보는 것 같다.



푸틴은 임기 초기인 2003년에 버킹엄 팰리스에 왔다. 러시아 지도자가 영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알렉산더 2세가 1874년에 방문한 이후에 푸틴이 처음이었다. 영국은 그에 대한 예우를 다했지만, 그때부터 푸틴은 제국의 황제를 꿈꿨는지 모른다. 당시는 꿈이 모락모락 하는 수준이어서 푸틴도 겸손했다. 영국 여왕 앞에서 다소곳이 영어로 연설하는 푸틴의 모습은 참으로 귀여웠고, 그 모습도 유튜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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