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Life
철의 장막이 다시 쳐지다
기대했던 바이든의 성명은 싱겁게 끝났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프롬프트를 읽었고, 질의응답을 빨리 끝내고 싶은 속내를 역력히 드러냈다. 격앙된 기자의 질문은 ‘왜 당장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라는 것이었지만, 그는 경제 제재로 푸틴을 멈추게 할 수는 없으며, 그 효과는 장기적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은 노쇠해 보였지만 미국은 침착했고 잘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으로 NATO가 훌륭한 기구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미국이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은 인상도 풍겼다.
러시아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거는 친구는 대부분 여성이다. 여자 감성이라 그런지 러시아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푸틴의 전쟁에 반대했다. 그리고 어느 여성은 오랜만에 들어 본 단어를 말했다. ‘이제 다시 Железный занавес(철의 장막, 질레즈니 자나베스)가 생기는 거야!’ 이 친구는 이제 철의 장막을 넘어가기가 어렵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철의 장막(Iron Curtain)은 윈스턴 처칠이 미국의 어느 대학 연설에서 처음 쓴 단어로 냉전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철의 장막은 아래 사진의 검은색 표시에 쳐졌다. 실제로도 물리적 장벽이었다.
이번 군사작전으로 러시아는 두 개를 달성한다. 하나는 우크라이나를 가져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철의 장막을 다시 치는 것이다. 하나는 그들 입장에서 좋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빠도 아주 나쁜 것이다. 2차 철의 장막은 1차 철의 장막보다 훨씬 동쪽에 쳐지게 되었으니 유럽과 미국 입장에서는 군사적으로 손해는 없다. 러시아는 모든 동유럽을 잃었고, 소련 지역 중에서도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NATO에 넘겨주었다.
장막이란 서구사회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경제 제재가 있겠으나, 그 제재로 피해를 보는 사람과 기업은 러시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에도 일부의 사람과 기업은 그 제재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삶이 왜곡된다. 그 모든 것을 감안해야 하는 미국과 영국은 그래서 신중하다.
보리스 존슨은 졸려 보이지도 않았고, 많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훨씬 강한 톤을 사용했지만 핵심은 바이든과 같았다. 철의 장막은 푸틴에 의해 쳐졌다. 미국과 영국은 그것이 푸틴의 선택이라고 받아들이고 대응할 뿐이다. 너희가 장막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 우리는 급할 것이 없다.
러시아 비행기는 이제 히드로에 들어올 수 없고, 러시아 은행의 자산은 동결되며, 러시아는 런던과 뉴욕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추가적인 조치는 더 나올 것이다. 푸틴은 말할 것이다. 그런 것은 필요 없다고. 그러나 그의 선택은 스탈린의 1차 철의 장막 못지않게 비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가 그 장막 안으로 끌려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러시아가 잃은 것은 하나 더 있다. 친러 인사인 나를 잃었다. 친러인 나는 이제 반러를 선언한다. 어느 문학보다도 많이 러시아 문학을 읽었고, 안나 까레니나를 모든 문학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내가 반러 인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나와 같은 사람이 세계 도처에 많지 않겠는가?
키르기스스탄의 작가 칭기스 아이뜨마노프가 쓴 ‘И дольше века длится день(백 년보다 긴 하루)’를 몇 해전에 읽었다. 국문으로 읽고 그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여 러시아어로 또 읽었다. 그 작품에는 철의 장막 안에서 숨 막혔던 카자흐인의 삶이 절절히 그려져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시민의 마음에 오늘 하루는 백 년보다 길게 느껴졌을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