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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r 18. 2022

러시아 재벌은 왜 요트를 좋아하는가?

London Life

러시아 재벌은  요트를 좋아하는가?(뇌피셜)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가 생각보다 강렬합니다. 조 바이든과 보리스 존슨은 제재를 더 빠르고 강력하게 추진하라는 요구에 대하여, ‘경제 제재 자체가 푸틴을 당장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제재의 효과는 장기적인 것이므로 서두를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재 조치의 효과는 매우 즉각적이며 심대합니다. 영국 정부가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그가 보유하고 있는 축구 클럽 첼시의 숨통이 바로 조여져 왔습니다. 선수 영입과 매각을 할 수 없는 정도에 그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축구장 티켓을 팔 수도 없고, 축구장 내의 유니폼 가게조차 영업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은행은 기다렸다는 듯이 법인 카드를 정지시켜 버렸습니다.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수많은 재산이 순식간에 동결되어 버렸는데, 동결 자산 중에 무엇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할까요? 단연 요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왜 러시아 올리가르히는 요트에 집착했을까요?


80미터 이상의 길이를 가진 요트를 슈퍼요트 또는 메가요트라고 하는데, 이런 대형 요트 산업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에 의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1992년부터 2005년까지 13년 동안 총 20척의 슈퍼요트가 주문 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올리가르히가 경쟁적으로 요트를 주문하면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 동안에만 48척의 메가요트가 새롭게 건조되었습니다.



그들은 왜 요트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 주었을까요? 그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검색해 보아도 잘 나오지 않네요. 그래서 이것은 순전히 저의 뇌피셜입니다.

  

1.   대양을 사랑하다

  

러시아의 대양에 대한 짝사랑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바다는 그들을 모르는데, 그들은 바다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서쪽으로는 게르만, 노르만, 브리티시 엠파이어 등에 막혀 바다로 가지 못했고, 동쪽으로는 만만하게 생각했던 일본에 막혀 대양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내해에 가까운 흑해라도 마음껏 차지해 보고 싶은 생각 때문에 우크라이나 침략도 이뤄진 것입니다. 대양에 대한 사랑이 메가요트에 대한 사랑으로 발현된 것일 수 있습니다.


2.   과시적으로 소비하다

  

러시아 올리가르히는 아주 짧은 기간에 권력과 결탁하여 부자가 되었습니다. 졸부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 번째 과시적 소비는 자가용 비행기로 나타났습니다. 비행기는 사업상 필요하다는 명분도 있었죠. 자가용 비행기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 메가요트입니다. 누구의 요트가 더 크냐? 요트에 방이 몇 개냐? 수영장 폭이 얼마냐? 헬기 착륙장은 몇 개냐? 그런 것이 그들 사이에서 중요한 구별 짓기 요인입니다. 우리 어릴 적에 너희 집에 방이 몇 개냐? TV 칼러냐? 흑백이냐? 이런 것으로 다투던 것과 같습니다.



3.   자유를 향하다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대부분은 유대인입니다. 유대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언제든지 쫓겨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죠. 실제로 배가 없어서 유럽 대륙을 떠날 수 없었던 유대인이 많았습니다. 유대인이 아니어도 소련 시기를 살았던 러시아 올리가르히는 국가가 언제든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빼앗고 자신들을 구금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배는 그들에게는 주요한 피난의 수단이면서, 자유의 상징입니다. 어느 나라의 지배력도 미치지 않는 대해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가? 그런 것이 그들의 심리적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도 이꼴저꼴에서 떠나서 망망대해에서 연인과 함께 머물고 싶을 올리가르히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죠? 요트가 압류가 되었습니다. 요트가 이렇게 신속하게 압류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4.   프라이버시를 지키다

  

러시아 올리가르히는 암살이나 도청 같은 것에 대한 피해망상이 있습니다. 세계 주요 휴양지에 자신만의 별장이 있지만, 모든 휴양지에 별장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고급 호텔을 이용하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접대와 비밀스러운 미팅을 고급 호텔에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도청이나 도촬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자신만의 공간으로 메가요트만한 곳이 없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바다에 대한 그들의 사랑도, 과시적인 소비도, 그토록 희망했던 자유와 프라이버시도 요트와 함께 사라져 버린 느낌일 것입니다. 그러니 요트를 찾기 위해서라도 올리가르히가 한데 모여서 가위바위보를 해서라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래 사진은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하고 있는 길이 162미터의 초대형 요트인 이클립스입니다.


영국인도 바다를 사랑하는 것으로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에 뒤지지 않을 것 같네요. 영국 인구의 4백만 명이 보트와 관련한 활동을 즐기며, 70만 가정이 보트를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대부분은 카누와 카약 같은 쪽 배라고 합니다. 뭐든 하나 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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