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Life
출산 기피 부담금? 총각세? 미혼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어느 분이 출산 기피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칼럼을 예전에 썼다고 한다. 그분은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라고 한다. 경영을 공학적으로 접근하고, 출산 또는 출생도 공학적으로 접근하나 보다. 칼럼을 찾아 읽어 보았지만, 뚜렷한 동의도 뚜렷한 반론도 떠오르지 않는 밋밋한 글이다.
출산 기피 부담금을 부과한 사례가 소련에 있었다. 소련이 요즘 많이 등장한다. 기근과 전쟁으로 큰 폭의 인구 감소를 고민하던 스탈린은 2차 대전 중인 1941년에 ‘아이 없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고안해 냈다. 25세에서 50세 남자 중에 아이가 없는 사람, 20세에서 45세 사이의 결혼한 여성 중에 아이가 없는 사람에게 소득의 6%를 세금으로 부과했다. 징벌적 세금이었다.
2차 대전 전쟁 중에 입안된 이 법안은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유지되었다. 소련 인구는 1950년에 1억 8천만 명이었고, 1990년에 2억 9천만 명이었다. 큰 폭의 증가지만, 이 중에 세금 기여분은 얼마일까? 전쟁이 끝나면, 종교적 생물학적 이유로 인구는 늘기 마련이다. 소련식 복지제도로 인해 부양가족이 증가하더라도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높은 경제 성장률도 출생율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세금 때문에 출산을 서두르자는 생각이 젊은이들에게 많았을 것 같지는 않은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있는 지인에게 메시지를 날려 봤다. ‘아이 없는 사람에게 부과한 세금이 소련 시대에 있었는데, 그게 너의 어머니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어봐 줘!’ ‘그런 것이 있었다고? 말도 안 돼!’ ‘있었다니까! 물어봐줘!’ 대답은 즉시 도착했다.
# 카자흐스탄 엄마: 기억하지. 그런 것이 있었지. 우리 세대에는 그걸 총각세 또는 미혼세라고 불렀어. 우리는 어차피 아이를 많이 낳을 생각이었으니까, 카자흐 사람에게는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러시아 사람에게는 또 모르지!
# 러시아 엄마: 하하하. 그래서 우리가 세금 덜 내려고 20세 되기 전에 결혼을 일찍 했어. 22세 23세에 아이를 이미 여럿 낳았지. 너희들은 상상이 가냐? 우리 세대의 정부가 그랬단다. 하하하
소련 시기 아이가 없는 가정은 최대 150 루블까지 세금을 냈고, 아이가 한 명 있는 가정은 50 루블, 아이가 두 명 있는 가정은 25 루블까지 냈다. 아이가 세명이 있어야 징벌적 세금이 면제되었다. 이 세금은 출생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며, 실제로 세금 때문에 아이를 낳았다는 가정이 많고, 불필요(?)하고 원하지 않았던(?) 경우의 출생도 많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 프라브다(진짜로)?
이슬람 지역을 가보면 무슬림이 아이를 많이 낳는다. 아일랜드 가톨릭을 보면 또 아이를 많이 낳는다. 유대인도 아이를 많이 낳는다. 청교도도 아이를 많이 낳았고, 목사님도 아이를 많이 낳는 경우를 본다. 그렇다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태초에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한 종교 중의 하나를 강제해야 하는가?
그런 종교를 믿지 않았던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아이를 많이 낳았다. 자식을 많이 낳는 것이 집안 번영의 핵심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유교나 샤머니즘이 답인가?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는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종교적인 이유도, 철학적인 이유가 있고, 그 이외의 이유도 많다. 아픈 손목으로 아이를 안고 집안일을 하다가 문득 창밖을 내다보며, 자아를 찾지 못해 우울증에 빠지는 젊은 엄마가 있다. 82년생 김지영이 보여 주는 이미지다. 그런 상황은 82년생 김지영에서, 92년생 이지영에게 넘어갔고, 별 일이 없는 이상 02년생 박지영과 최철수에게로 넘어갈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할 때도 많은데, 그런 것이 왜 82년생 김지영의 이미지에는 없을까? 김지영은 아이를 키우면서 인생 최고의 행복도 누렸고, 자기 고민에도 빠졌을 것이다. 영화와 책은 왜 자아를 잃어버린 김지영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각인시켰을까? 우리는 왜 그 이미지에만 감정 이입이 되었을까? 누구를 탓해보고자 하는 질문은 아니다. 이에 대한 해답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출산 장려금을 지급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년간 우리 정부는 납세자의 돈을 헛되이 축냈다.
과도한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면 출생율에 도움이 될까? 지금의 러시아도 모양이 빠지는데 1940년대 스탈린이 도입한 소련의 제도를 채택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 시대를 살았던 러시아 어머니조차도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결국 우리는 문명적인 접근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래서 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징벌적 세금보다는 손자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연금을 더 많이 주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는 내가 키워 줄 테니 걱정 말아라!’라는 말로 자식을 압박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우리 엄마 아빠가 연금을 더 받으시도록 딸을 낳아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물론 와이프에게는 또 지키지 못할 장담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넷째가 생기면, 당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게 할게! 맹세해! I prom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