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성의 목소리
푸틴이 말한 그런 약속은 없었다
런던 근교의 위슬리 클럽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데, 동반자가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다며 골프는 뒷전이고 책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미국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가 고르바쵸프 소련 서기장에게 ‘소련이 독일의 통일에 동의하고 동독에서 철군한다면, 나토는 동쪽으로 1인치도 나가지 않겠다’라고 약속한 적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의 사실 여부에 관한 책이라고 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메리 사로티 교수가 쓴 [Not One Inch]에 관한 이야기였다. 책 제목과 동반자 말은 나를 매료시켰다. 골프를 치다 말고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했다.
피렌체 식탁에 전쟁에 대한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데, 메리 엘리스 사로티 교수를 인터뷰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국내 국제정치 전문가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녀와의 인맥은 닿지 않았다. 정곡법으로 존스 홉킨스 대학 홈페이지에 있는 그녀의 이메일 주소로 편지를 보냈다. 정크함에 들어가거나 많은 메일 속에 묻힐까 봐 편지 내용에 신경 썼다.
먼저, 나는 국제관계를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러시아 정치를 공부했다. 대학시절 지도교수는 존스 홉킨스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외무부 장관을 역임한 윤영관 교수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윤영관이라는 이름을 모른다면 어떻게 할까? 두번째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피렌체 식탁은 문재인 정권에서 국제관계에 관한 자문을 하고 있는 문정인 교수와의 대담을 최근에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한국 국제관계에 관심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세번째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아들이 이번에 존스 홉킨스에 입학하여 Cyanocitta cristata hopkinsi, 2026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존스 홉킨스가 우리 아이에 줄 교육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어느 말이 그녀에게 인상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답은 즉시 왔다. 웹 세미나 중에 대답하는 것이어서 길게 답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스케줄이 앞으로 3개월 동안 꽉 차 있다고 말했다. 뜨겁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학자도 이런 인기를 누릴 수가 있구나 싶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으니, 스스로 대견하다고 아니할 수가 없다.
성미 급한 분들을 위해서 결론만 말하면 이렇다. ‘미국은 나토가 일인치도 동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은 이를 어겼다’라고 푸틴은 주장한다. 그러한 주장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푸틴이 말한 그런 약속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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