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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n 03. 2022

화려하지도 사치스럽지도 않다

London Life

화려하지사치스럽지않다

  

 

1952년 6월 2일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했으니 오늘로 70년이 되었습니다. Platinum Jubilee라고 하여 대대적 기념행사가 있었네요. 정복자 윌리엄 이후 천년 가까이 이어져 오는 영국 왕실에서 가장 길게 재임하는 왕입니다. 인류 역사에 70년을 재위한 왕은 루이 14세를 포함하여 역대 네번째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면 왕조가 1천 년이 이어져도 왕이 14명밖에 안 되는 겁니다. 장수만세입니다.


영국인의 81%가 여왕을 지지한다고 하며, 왕정 폐지론자조차도 여왕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요? 레닌이 존경하는 제정 러시아 황제? 그런 게 가능한가요? 국민의 81%가 지지하는 리더란 현대 사회에 좀처럼 없는 일입니다.


버킹엄 궁전의 내부에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 분 중에 들어가 본 분은 꽤 있습니다. 제 폐친 중에도 몇 분 있는데요. 관광객에게 허용되는 범위에서 윈저 캐슬 내부는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본 것은 화려하지 않음, 적절함, 오버하지 않음 같은 것이었습니다. 백제의 문화를 설명할 때 쓰는 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이걸 차용해서 설명하면,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도 사치스럽지도 않다’가 영국 왕실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영국 왕실은 버킹검 궁전의 가든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버킹검 궁전 건물 뒷면을 볼 수 있습니다. 가보면 좀 놀라게 됩니다. 그동안 공개 안했던 것이 이런 거란 말인가?



아마 스티브 잡스 아버지가 봤다면 놀라서 넘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목수였던 스티브 잡스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곳도 보이는 곳과 똑같은 재료를 썼다고 합니다. 가구 뒷면에도 양질의 재료를 썼다는 것이죠. 그런 정신은 애플 제품에 잘 구현되어 있다고 합니다.


버킹검 궁전의 뒷면은 일반 가정집 뒷면보다 못합니다. 그냥 시멘트에 대충 페인트칠해 놓은 분위기를 풍길 정도입니다. 버킹검궁 가든은 런던 시내의 보통의 공원과 다를 것이 없으며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훨씬 못합니다. 잔디가 잘 관리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버킹검 궁전의 뒷면과 가든은 ‘검소하고 누추하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를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에 동네 갤러리 앞에서 피크닉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가볼 엄두를 못 냈네요. 티비로 본 행사는 화려하지도 사치스럽지도 않은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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